조금은 일상적인 조경이야기(10)

조경과 낭만, 그 힘에 대하여

by 초록아이

지난 글에서는

조경이 실무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모든 과업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여러 부분에서 인식은 개선되고,

조경의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기술인들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지 못하고

때로는 폄하하거나 외면하는 태도였습니다.


조경을 선택한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조경이 좋아서 택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잘 알지 못한 채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조경이 다른 분야보다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조경학'은 엄연히 하나의 독립된 학문이며

다른 전공과 다르지 않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전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봅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복잡한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조경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과

잠시 쉬어갈 마음의 여유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마음 한켠에 가볍게 담아 두었으면 하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주 오래전,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외국의 한 대학 건물에는

층마다 다른 전공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그곳에서 눈에 띄는

세 명의 학생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학 캠퍼스 전경, 본문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 출처 : VU대학교 갤러리)


첫 번째 학생은 날카로운 인상에 예민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의 전공은 '건축'이었습니다.


두 번째 학생은 투박하고 다소 거칠어 보였는데

그는 '토목'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학생은 여유롭고 밝은 표정 속에

감성과 낭만이 묻어나고 있었는데,

그의 전공은 다름 아닌 '조경'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오래된 구전이기에

그 과정에서 당연히 과장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낭만'과 '조경'이라는 낯선 조합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아 있습니다.


건축과 토목에 대한 묘사는 어디까지나

조경 분야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흥미로운 설정일 뿐이라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조경의 일에는 어딘가

조용히 스며드는 낭만의 기운이

분명히 깃들어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낭만'이란 무엇일까요.

그 의미를 조금 더 분명히 짚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낭만'이라는 단어.

사전적으로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성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조금 더 풀어 말하면,

낭만은 일상의 무게와 계산을 잠시 내려놓고

순간의 감정과 감성에 귀 기울이는 마음입니다.


눈앞의 현실보다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세계 속에서 더 나은 풍경을 꾸는 힘.

그것이 곧 낭만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낭만은 실용적 가치보다는 느낌을,

효율적인 판단보다는 따뜻한 분위기를

더 소중히 여기는 태도일 것입니다.


결국 낭만이란,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게 해주는

조용한 마음의 창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낭만의 의미를 곱씹어 보니,

조경과의 만남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머물러 온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인연이었습니다.


특히 현실을 넘어,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낭만의 본질이라면,

조경은 바로 그 낭만을 현실 속에서 이어 내고

그 분위기를 빚어내는 데

가장 능숙한 분야일 것입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가로수길,
비 갠 뒤 은은히 스며드는 흙내음,
놀이터에서 번져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들릴 것 같은 울창한 숲 속 전경 (이미지 출처 : Rawpixel)


이처럼 조경의 손끝에서 완성된 공간과 장면은

우리 일상 속에서 낭만의 빛깔을 더해 줍니다.


여기에서 저는 한 걸음 더 바라봅니다.

낭만스러운 공간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조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와 삶 속에

그 낭만이 깊숙이 스며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그 낭만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속 깊이 흐르는 다짐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습니다.


조경 속의 낭만은,

결국 우리 곁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약속이니까요.

마음속 깊이 흐르는 강물처럼 (이미지출처 : Pixabay)

오늘 같은 날,

아이유가 이렇게 묻는다면요.


"조경은 낭만적인 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네, 조경은 충분히 낭만적입니다.
삶의 곁에서 무게를 덜어주고,
조용히 마음을 쉬게 하는 낭만.
눈에 띄는 화려함이 아닌,
곁을 지켜주는 낭만이지요.


지난 글에서 현실의 무게를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그 속에 스며 있는 낭만을 나누었습니다.


삶의 풍경이 거칠더라도

조경의 마음은 늘

따뜻한 숨결로 이어져야 합니다.


때로는 현실이 고되고 벅찰지라도,

우리의 낭만을 잃지 마십시오.

그 낭만이야말로 숨겨진 조경의 진짜 힘입니다.

(이미지 출처 : Rawpi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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