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광지(1)_ 와인터널의 작은 비밀
여기에서 이 글을 이어온 지도
어느덧 열 편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지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조금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도 많았고
조경이 아직 어색하신 분들께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전문적인 설명이 아니라 조경을 잘 모르는 분들께
가볍고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어서였습니다.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이번 글부터는 초심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제가 관여했던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그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과 과정,
세부 시설마다 얽혀있는 작은 에피소드,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을
쉽고 자연스럽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그 공간을 직접 찾게 된다면,
조금 더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하고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지금도 과업이 진행 중인
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입니다.
충청북도 영동군에 위치한 본 대상지는
다양한 과일이 생산되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여
과일을 주제로 한 종합 테마 관광지로 계획되었습니다.
당시 명칭은 "늘머니 과일랜드 관광지"입니다.
그 이후 저희 회사에서
조성계획을 변경하는 과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주처의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이용객들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개발 방향도 수정되었습니다.
단순한 과일 중심의 테마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 자원을 매개로 체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복합 치유 공간으로 특성화하였으며,
명칭도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로 변경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 과업을 수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건과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풀어내려면
다시 전문적인 표현이 필요하기에,
오늘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려 합니다.
관광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입구 게이트입니다.
영동군에서 별도로 공모해 설치한 시설로,
처음에는 무지개의 일곱 색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
다소 직설적이고 촌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바라보니,
그 솔직한 색감이 오히려 이곳의 개성을 담아내는 듯했고,
이제는 주변 경관과 제법 어울려 보입니다.
게이트를 지나면 바로 "영동와인터널"이 보입니다.
이곳은 이미 사진명소로 제법 알려져 있는 시설입니다.
길이 420m 터널은, 영동 와인을 주제로 꾸며져 있으며,
각각의 부스마다 다양한 테마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영동 와인터널은 조금만 검색해도
수많은 자료와 사진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흔한 이야기 대신,
조금 덜 알려진 다른 이야기를 적어 보려 합니다.
제가 처음 이 과업을 시작했을 때,
와인터널은 관광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원 부지에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동군과의 협의 결과
관광시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보다,
관광지 내부에 함께 배치해
기존 시설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영동 와인터널은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미 기술적으로 많은 과정이 진행되고 있던 사업을
행정적으로 갑자기 변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개인적으로는
이 결정이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와인터널에는
또 다른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터널이라고 하면
단단한 바위 등을 관통해 만들어지는
발파식 터널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영동 와인터널을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당초 공원 부지에 계획되었던 와인터널은
전형적인 터널 시공 방식을 전제로 했습니다.
그러나 암반이 워낙 단단해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 관광지 안에 자리 잡은 와인터널은
계곡부에 박스 형태의 인공 구조물을 먼저 설치한 뒤
그 위에 흙으로 덮어서 마감하는 방식,
일명 "개착식 터널"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터널은
다소 자연스러운 멋은 덜하지만,
공간을 자유롭게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조금은 개인적인 자랑을 하나 하면,
영동 와인터널 조성을 위해
저는 유사한 사례조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대부분이 자연 동굴을 활용하거나
일부 구간을 발파해 만든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터널을 계속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광명 동굴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동굴 내부를 한참을 돌아보던 중,
갑자기 아주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좁고 어두운 길 끝에서 마주한
확 트인 공간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 경험에 착안해
우리 와인터널의 마지막 구간에도
천장을 높이 올린 확장 공간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발파형 터널이었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개착식 구조였기에 가능한 의견이었습니다.
다행히 발주처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현재는 결혼식, 세미나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
"과일정원 이벤트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작은 아이디어가 실제 공간으로 완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무척 뜻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아이유가 이렇게 묻는다면요.
"영동에 있는 관광지는 좋은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네. 볼거리도 많고, 직접 즐길 거리도 있어서
꽤 매력적인 곳이에요.
다만 시대가 바뀌면 여행 취향도 달라지니,
그 흐름에 맞게 조금씩 새로움도 더해 줘야 해요.
그래야 이곳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겠지요.
제가 알기로는, 이 글이 발행된 다음 날부터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한 달 동안 열립니다.
세계적인 엑스포가
수도권이 아닌 영동군에서 열린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행사의 많은 프로그램이
오늘 소개해 드린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에서 진행됩니다.
엑스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그 열기와 함께 관광지를 거닐어 보신다면,
그 하루가 더욱 깊이 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오늘은 영동와인터널의 일반적인 이야기 대신,
조금은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어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관광지 곳곳에 담긴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영동군을 방문하게 되신다면,
힐링관광지의 와인터널을 꼭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터널 끝 이벤트홀에서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는 순간,
오늘 이 글이 여러분의 기억 속에
조금은 특별한 장면으로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