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일상적인 조경 이야기(12)

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광지(2)_ 대규모 광장, 그 선택의 과정

by 초록아이

지난 글에서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의 여러 시설 가운데,

영동와인터널 이야기를 먼저 전해드렸습니다.


터널 속 서늘하고 환상적인 공간에서

와인의 향과 함께 머무는 경험은,

관광지의 첫인상을 기분 좋게 각인시켜 주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선을 돌려

관광지의 한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겨 보겠습니다.


그곳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드넓은 광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관광지 내 중앙광장 (이미지 출처 : 영동군)


오늘은 관광지의 심장부에 자리한 이 공간,

그 시작과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사연들을

차분히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 지역은 입지적인 여건 상,

처음부터 많은 고민이 스며 있던 땅이었습니다.


당초에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이용객을 끌어들이는 핵심시설,

'일라이트 온천과 워터파크'로 계획하였습니다.

당초 워터파크 계획 조감도(2010년)


그러나 영동군의 여러 현실적인 여건과

외부 자본 참여, 분양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국 계획의 방향은 크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영동군은 이번에 세계국악엑스포를 개최할 뿐 아니라,

매년 포도와 와인, 국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동군에서 개최되는 축제 소개 (이미지 출저 : 각 축제 홈페이지)


하지만 정작 이 모든 축제를 펼쳐낼

주 행사장이 뚜렷하지 않아

해마다 같은 고민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영동군과 함께한 긴 논의 끝에,

관광지의 한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자리에

대규모 광장을 조성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관광시설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보통 관광지 개발의 우선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달랐습니다.


경제적 이익보다,

지역민의 일상과 축제를 담아낼 수 있는

공공의 역할에 더 큰 무게를 둔 결과였습니다.

중앙광장과 주차장 전경 (이미지 출처 : 영동군)


사업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관광지에서

그 한가운데를 과감히 광장으로 비워낸 사례는

정말 드문 일입니다.


저 역시 국내 여러 관광지 개발을 경험해 왔지만,

이런 결정을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관광지를 오래도록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꾸준히 품을 수 있는

공공성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논의 끝에 어렵게 탄생한 이 광장은,

누구나 다가와 편히 머물 수 있도록

유연하고 열린 운영 방안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뜻을 담아,

이 공간의 이름을 "복합문화마당"이라 정했습니다.

복합문화마당 전경 (이미지 출처 : 관광지 홈페이지)


복합문화마당은 단순한 광장이 아닙니다.

지역 축제의 주 무대이자,

주민들의 일상적인 쉼터이며,

방문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입니다.


평소에는 산책하고 머무는 생활의 마당이 되고,

축제가 열리면 수많은 인파를 품어내는 거대한 무대로 변합니다.

2024 영동 포도축제 행사 전경 (이미지 출처 : 영동군)


이처럼 공공성과 활용성을 동시에 담아낸 복합문화마당은,

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의 중심이자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도 과업이 진행 중에 있어

영동에 출장 갈 때마다 광장을 둘러보곤 합니다.


그때마다 계절과 시기에 맞춰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이

공간을 활기차게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놀이 시설이 조성된 복합문화마당 (이미지 출처 : 영동군)


사소한 아쉬움이 있다면,

겨울철 광장 일부를 얼려 스케이트장을 조성하려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희가 정성을 다해 제안했음에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프로그램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본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광지에 적용할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위해

해외 선진지를 답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방문한 테네리페 섬의 중심도시,

산타크루즈에 위치한 스페인 광장은

유독 기억에 남는 장소였습니다.


광장 한가운데 자리한 인공호수는

도심 속에서 잔잔히 빛나며

색다른 풍경과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과거 주차장으로 이용되던 공터를,

얕은 인공호수와 중앙분수, 조명 시설을 도입해

테네리페 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한 사례입니다.


평상시에는 물을 채울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축제 때는 다양한 행사 공간으로 활용되는

지역 내 대표적 관광 명소입니다.

테네리페 섬 스페인 광장 전경 (이미지 출처 : 사례조사 보고서)

이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광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축제나 이벤트가 끝난 뒤 일정 기간,

광장의 일부를 인공호수로 조성해 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경관적 요소와 관광적 매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이 아이디어는

기술적 여건과 유지관리 문제로 인해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실현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광장을 새로운 경험의 무대로 꿈꾸었던 그 시도 자체가

이미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언젠가 더 나은 여건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아이디어가 다시 검토되어

광장의 활용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같은 날,

아이유가 이렇게 묻는다면요.


"이 관광지 중심에 있는 광장, 잘된 건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네. 처음에는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돌아보니 정말 잘된 선택이었어요.
무엇보다 이 광장은
공공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복합문화마당은

처음엔 제 경험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많은 두려움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공의 가치를 품은

가장 빛나는 선택으로 남아 있습니다.

복합문화마당 야간경관 (이미지 출처 : 영동군)

마지막으로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전합니다.


현재의 복합문화마당은

언제든 인공호수를 조성할 수 있도록

경사와 배수 등 구조적으로 이미 준비된 상태로 시공되었습니다.


언젠가 이 광장에 물이 잔잔히 차올라

홀로 은은히 빛나는 호수를 바라보는 날,


까마득히 잊었던

우리의 소중한 낭만이

물결처럼 조용히 밀려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날, 이 광장은

우리 마음속 아득히 깊은 호수처럼

오래도록 머무는 낭만이 될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조금은 일상적인 조경 이야기(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