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아노 관광단지(1)_ 나의 아픈 손가락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에 대한 긴 이야기를 마친 지금,
이제 또 하나의 관광단지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려 합니다.
영동에서의 여정이 아쉬움 속에서도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면,
이번 대상지는 그와 달리
끝내 마음 한켠에 긴 미련으로 남은 곳입니다.
그럼 오늘은,
저 땅끝마을 해남으로 함께 떠나 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이 관광단지는
다소 정치적인 배경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절, 경상도 지역은 개발이 한창이었지만
전라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한 대선 후보가 지역의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이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약속이 현실이 되면서
본 관광단지가 세상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가 선택되었는지는
저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남도의 끝 해남 바닷가를 배경으로
약 150만 평 규모의 관광단지가 새롭게 구상되었고,
그 당시 명칭은 '해남화원 관광단지'였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뒤,
2002년 저희 회사가 조성계획(변경) 용역을 수주하면서
저도 이 과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6년 조성계획 변경승인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대안과 피드백을 거쳤지만,
결국 제게는 가장 아쉬움이 남은 프로젝트로 기억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지 여건이었습니다.
관광단지에서 배후 인구는 핵심 요소인데,
해남은 반경 50km 이내 인구가 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제가 함께 참여했던
부산 기장에 위치한 동부산 관광단지는
배후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 거대한 시장을 품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150만 평의 부지 면적도 부담이었습니다.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아야 유지 가능한 크기였죠.
결국 과도한 형태의 계획이 수립되었고,
이는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간이 여전히 비워진 채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에 작성된 여러 관광지 조성 보고서를 보면,
사례조사 항목에 해남 관광단지가 종종 등장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름은 '잘못된 계획의 예시"로 남아 있습니다.
한때 온 마음을 다해 참여했던 일이,
이제는 다른 전문가의 시선에서
'실패한 사례'로 회자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유쾌할 리 없는 경험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시설을 만들었더라면,
이곳의 운명이 달라졌을 거라고.
결국은 설계자의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 아니냐고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개별 시설만으로 이 단지를 활성화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공약형 사업일수록
한 걸음 물러서서 먼저 의심해 보고,
다시 한 번 세심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꽤 오래전 일입니다.
충남의 한 군에서 추진되던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용역을 타절하면서까지 중단시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함께했던 담당자와는 지금도 가끔 만나는데,
우리는 그때의 결정을 두고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해남의 관광단지는
제게 아쉬움과 상처를 함께 남겼지만,
그 시간 속에서 시야를 넓히고 내공을 다져준,
저만의 뜻깊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그곳은
명칭을 '오시아노 관광단지'로 바꾸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 정비와 관광호텔 도입,
캠핑장을 중심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개선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먼저 민간자본이 유치된 골프장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꾸준히 조명되며,
지금은 이 단지를 대표하는 인기 시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관광의 흐름은 시대와 함께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여행 방식과 공간에 대한 기대,
그리고 휴식의 의미마저도 세대마다 새롭게 정의됩니다.
비록 지금은 많은 땅이
잠시 멈춘 듯 고요히 비워져 있지만,
언젠가 새로운 시대의 시선과,
더 나은 기술,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이곳에 닿아
사람과 이야기가 다시 흐르는 해남의 관광단지를 꿈꿔 봅니다.
그날이 찾아온다면,
오랜 시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응어리 하나쯤은
조용히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날,
아이유가 이렇게 묻는다면요.
"오시아노 관광단지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음... 제게 그곳은요,
아픔과 성장이 함께 머문 자리예요.
한때는 부끄럽게만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 속에서 많이 배우고 조금은 단단해졌어요.
그래서 오시아노는,
실패의 이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일깨워준 이름입니다.
해남의 관광단지는 제게 여전히,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억이 다시 바람을 타고
조용히 새로운 시간 속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언젠가 그 바람이 머물렀던 자리마다,
다시 푸른 숨결이 피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