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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Dec 11. 2023

스프린트의 굴레에 갇히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잘랐던 2023년 2분기



마케팅 활동만으로 1명의 유료 고객 만들기


2023년 4월 4일, 첫 스프린트가 진행됐다. 아직은 스프린트라는 방법이 익숙치 않아, 동명의 책을 미리 나눠 읽고 방법을 익혔다. 첫 스텝은 우선적으로 타겟할 고객군을 설정하고, 그들이 겪는 문제 중 이번 프로토타입에서 해결할 부분을 정하는 거였다.


항상 우리의 고객은 의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고객에 대해 고민하고 파고들자 의사라는 고객군도 여러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 유형의 고객이 유료 주문을 하기까지의 과정도 처음으로 깊이있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첫 프로토타입은 홈페이지에서 구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하나의 페이지에서 빠르게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해온 쇼핑, 결제 시스템을 벤치마크하고 특징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를 우리 제품에 적용해 하나의 페이지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프로토타입의 quality 은 실제 publish 기준이 100이라면 80 정도의 quality 가 되어야 합니다.



스프린트에서 만드는 프로토타입은 실제 동작은 어려워도, 외관상 실제 돌아가는 제품처럼 보여야 했다. 전체 흐름을 잡는 담당과 자료수집 담당과 문구작성 담당, 디자인 담당, 인터뷰 담당으로 나누어 바쁘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냈다. 첫 회의 후 4일 만에 첫 프로토타입이 제작됐다.


첫 프로토타입의 인터뷰날. 회사 인원 중 5명을 무작위로 골라, 제작한 프로토타입의 사용자가 되어 그들의 행동을 보며 개선점을 찾아갔다. 아울러, 기획한 행동 유도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했는데, 아쉽게도 결과는 5명중 2명만이 행동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프린트를 모든 일정 중 최우선으로 해야합니다.



기존에 잡혀 있던 미팅과 회의도 스프린트 일정을 피해 재조정됐다. 원래 스프린트는 5일간 모든 일정을 비우고 하루종일 해야했지만, 현실상 모든 업무에서 제외될 순 없기에 업무와 스프린트를 병행해야 했다. 팀원은 기존 업무가 끝나면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다시 기존 업무를 하며 하루 하루를 바쁘게 지냈다.


인터뷰에서 지적된 부분을 수정하거나 개선할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이, 그날 바로 다음 프로토타입을 위한 회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속적인 새로운 시도를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실행보다는 새롭게 기획해나가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매일 매일 회의실에 모여 열띤 회의를 하는 모습에, 전사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그 결과물과 성과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질문을 받곤 했다. 하지만 실행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내부 직원 5명을 대상으로한 인터뷰로 그 성과를 갈음했다. 팀원들도 결과물에 대한 성과가 없으니 보람을 느끼기 힘들었다.



본인은 현재 어떤 스테이지에 있고,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스프린트를 하며 2주에 한 번 대표와의 1on1 미팅도 진행됐다. 1on1의 주된 내용은 현재 개인의 상태에 대한 자체 평가와 향후 성장 방향에 대한 설정이었다. 바쁜 업무에 더한 스프린트, 거기에 더한 너무 솔직한 대표의 실랄한 피드백에 팀원 모두가 알게 모르게 내상을 입었다.


무엇보다 장기간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해야했기에 팀원의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었다. 대표와의 사이도 이전보다 더 어색해진 느낌도 들었다. 그동안 부재했던 명확한 방향설정은 좋았으나, 그 과정에서의 문제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그래도 한 분기동안 연구자를 위한 견적 문의, 미진단 데이터 무료 분석, 웨비나 이후 특가 제안, 제약사 페이지, 공동연구 결과 리포트, 특정 질병을 위한 가이드, 증상 검색, 유통사 모집 등 11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스프린트를 활용한 빠른 프로젝트 기획과 실행은 훨씬 활성화 됐다는 후문이다. 


매일 매일 스프린트의 굴레에 갇힌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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