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록 첫 번째 이야기

52번 교육생입니다~!

by 행복한일상사령관


2006.3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3월 27일~!!로

기억한다.


경북 영천 3 사관학교에 입소(입교)했다.

훈련과 교육이 병행하니..

입소+입교가 맞는 표현이겠다.




당시 현역 육군 중령이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까지 온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입교한 기억이 또렷하다.


부모님과의 작별인사 직후 모퉁이 건물을 돌아 제일 먼저 내 눈에 펼쳐진 광경은..


건물과 건물사이 바닥에 각종 군용품. 장구류,

전투복. 전투화등 개인물품 수령을 위한 세팅이 마쳐있었다.


'아. 내가 군대에 왔구나. 이제 군인이구나!'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은 마치 동네 공원에서 주말마다 서는

알뜰시장 같은 형상이었지만..


굳이 말 안 해도 그것과는 감도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렇게 입교한 여군사관 51기 동기들은

대략 160여 명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나는 6중대 4소대 소속의

52번 교육생이 되었다.


첫날부터 그렇게 개인 장구류를 수령하여

손수 내 이름 석자를 모조리 적었다.


첫날에는 가박음질을 해두고

후에 교내 군장점에서 전투복은

오바로크를 쳤던 기억이 난다.


난 군인의 딸이기에 "오바로크"라는 단어도 입대 전부터 친숙했던 것 같다.

어릴 적 꼬꼬마시절부터

군부대를 놀이터 삼아.. 놀던 기억이 있어서


당시 군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동기들에게

그야말로 정보통. 소식통 역할을 했다.


그렇게 나는 첫날부터 잘 적응하며

'군인의 딸로서의 면모를 백분 발휘했다고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채워질 무렵..


4개 중대의 여군소대(4소대) 담당 훈육관 중

가장 무서운 호랑이 훈육관님이

우리 6중대 4소대 여군 대위 훈육관이셨다..


그 이름.. 배 * 화

(현재 여군 중령으로 현역으로 계신다)


불시 생활관 점검이 있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각 호실마다 위생상태 및 청소상태 점검이

한창일 때,


수군수군 시시덕 거리는 소리에

배훈육관님의 천둥 같은

고함소리가 온 건물에 울려 퍼졌다.


"전체 복도로 한 줄로 서~!!!

"전체 엎드려뻗쳐~!!"


(당시에는 얼차려가 존재했다)



모두들 순식간에 생활관 앞 복도에

한 줄로 서서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지..?

언제 끝나지...?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덜 떨렸다..


이를 악물고 참고 있던 나였지만

엎드려뻗쳐 자세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서

무릎이 땅에 닿아버렸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나 내 앞에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피사체..

배훈육관이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차려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포기야~!!

그렇게 체력도 정신력도 안돼서

무슨 여군이 된다고 왔어~!!

당장 자세바로 못해~!!"


순간 그동안의 느꼈던 낯섦.. 어색함..

외로움등의 감정이 쓰나미처럼 몰아쳤다.

주체할 수 없이 감정선이 무너졌다.

쉴 새 없이 서러움에 눈물이 나왔다.



옆동기들도 내 반응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입교해서 처음 흘린 눈물인데..

소리 없는 눈물이 아닌 대성통곡~!!

멈추지가 않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참으려 할수록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흑흑~울 때 나오는

딸꾹질 비슷한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런 나에게 배훈육관은 조금에 아량도 없이

계속해서 말로 심장에 총을 쏴댔다.


"야. 너 그동안 집에서 온실 속에 화초처럼 컸지~!

'여기가 군대지.. 네 집 안방인 줄 알아~?


뚝 그치지 못해?"



'아. 온실 속에 화초'

태어나서 한 번도 내가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랐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그때 그 순간만큼은..

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새어 나오는 흑흑 소리를

멈추려 갖은 애를 써서..

그 소리가 점점 잦아들 때 즈음..

우리의 얼차려도 끝이 났다.



소위 임관 후 6개월 만에

다시 찾아뵈었던 배*화 중령님~!


후반기 교육기관에서 같은 6중대 출신

정보통신, 전산 병과 동기 4명이서

찾아뵈었는데 어찌나 따뜻하게 잘해주시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던지..


군생활 내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배훈육관님을 찾아 자문을 구하고 의견을 여쭈었다.



배훈육관님이 나중에 말씀해 주셨는데,

당시 현역이셨던 아버지께서 훈육관님께

전화를 2~3차례 했던 모양이다.


그런 것이 미운털이 박혀있었는지

당시 더 야박하게 쓴소리 하셨다고


고해성사 아닌 고해성사를 하셨다.


3 사관학교에서의 훈련과정인

가입교 - 군인화단계를 거쳐

우리들은 정예육군장교의 모습들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도 모르게.. 젖어들고 있었다.


다음화를 기대해 주세요. /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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