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케이크

[안돼야, 아니야!] 요리 장인의 완벽한 생일파티

by 파스카

이른 새벽부터 '미친'이 주방에서 콧노랠 불렀다. 제대로 미쳐가는 듯 보였다.

콧노래에 맞춰 '타타타탁-' 경쾌한 칼질 소리가 주방을 울렸다. 단잠을 깨운 그 소음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방 입구에는 벌써부터 '아니'가 진을 치고 있었다. 고소한 고기 냄새가 녀석의 꼬리에 미친 날개를 달았다.

잠시 후, 대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콧노래를 뚫고 나왔다.

"이 분신아! 그게 당근이야, 몽둥이야! 굵기 좀 맞춰서 썰어봐!"

나는 빼꼼히 주방을 엿보았다. 대장은 전문가처럼 고기를 다지고 있었고, '분신'은 그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당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 오늘은 우리 둘의 생일이었지. 저 요란한 칼질은 그 서막일 뿐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주방에서의 소란이 멎었다. 그리고 '미친'이 승리의 여신처럼, 양손에 접시를 받쳐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 위에는, 맛있게 구운 소고기 여러 장을 꽃모양으로 접은 것과 찐 당근과 브로콜리로 장식하고, 삶은 달걀노른자를 갈아 금가루처럼 뿌린, 개(犬)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호화로운 '고기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분신'은 "와..."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고, '아니' 녀석은 거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케이크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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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이 케이크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비장하게 말했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난해처럼 '앙드레김' 강아지 생일상보다 '좋아요' 덜 받기만 해 봐, 다들. 특히 너, 분신!"

나는 생각했다. 저 화려한 고기 덩어리는 분명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면 서열 2위의 체면이 깎인다. 나는 그저 무심한 척, "그래서 저건 언제 먹을 수 있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앞발을 핥을 뿐이었다.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친'은 작년에 썼던, 귀퉁이가 살짝 닳은 핑크색 고깔모자 두 개를 들고 왔다.

"자, 우리 주인공들~ 이거 써야 더 이쁘지~"

'미친'은 케이크에 정신이 팔린 '아니'의 머리 위에 손쉽게 모자를 씌웠다. '아니'는 머리 위에 뭐가 올라갔는지도 모른 채, 그저 케이크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역시 하수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대장이 내미는 핑크색 고깔모자를 피해 요리조리 고개를 돌렸다. 내가 이 집의 서열 2위인데, 저런 유치한 걸 머리에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자 대장이 꾀를 냈다. 그녀는 케이크에서 고기 조각 하나를 작게 떼어 내 코앞에 흔들며 말했다.

"안돼야~ 이거 쓰고 사진 딱 한 번만 찍으면, 이거 줄게. 말 안 들으면... 국물도 없어."

나는 잠시 내 자존심과 저 영롱한 고기 조각 사이에서 갈등했다. 결국, 나는 자본주의... 아니, 고기주의에 굴복하기로 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그녀가 내 머리 위에 핑크색 고깔모자를 씌우는 것을 허락했다.

'미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분신'에게 소리쳤다.

"분신! 이제 애들 시선 끌어! 삑삑이 가져와!"

'분신'이 어디선가 흉측한 노란색 고무 닭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우리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있는 힘껏 닭의 배를 눌렀다.

"끼이이이이익-!!!"

그 소리는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아니' 녀석의 동공이 미친 듯이 확장되었다. 녀석은 삑삑이 소리를 '돌격 앞으로' 신호로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녀석은 고기 케이크를 향해, 아니, 정확히는 케이크를 들고 사진 각도를 재고 있던 '미친'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미친'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안돼! 그거 지금 먹으면 안돼! 아니야! 아니, 너도 안돼!"

'분신'이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아니'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가속도가 붙은 '아니'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분신'은 '아니'에게 밀려 뒤로 넘어졌고, 그의 발이 파티를 위해 장식해 둔 풍선 줄에 걸렸다.

퍼버벙! 풍선 터지는 소리, '미친'의 비명 소리, '아니'의 흥분한 낑낑거림, '분신'의 끙끙 앓는 소리...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사진, '좋아요' 꽤 많이 받겠는데?

잠시 후, 모든 소음이 멎었다.

거실에는 부서진 고무 닭과, 터진 풍선 조각들과, 그리고 살짝 한쪽이 뭉개진 고기 케이크만이 남아 있었다. '분신'은 넘어진 자세 그대로 넋이 나가 있었고, '아니'는 케이크에 코를 박고 핥다가 '미친'에게 등짝을 한 대 맞고 깨갱거렸다.

대장 '미친'은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찍힌 사진은 단 한 장. 심하게 흔들려서 내 얼굴은 잔상처럼 보였고, '아니'는 케이크를 향해 돌진하는 괴물처럼, '분신'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찍혀 있었다.

'미친'이 허탈하게 웃으며 그 사진을 SNS에 올렸다. '개판 오분 전'이라는 글과 함께.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좋아요'가 미친 듯이 눌리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리얼하고 행복해 보여요ㅋㅋ', '이게 진짜 생일파티죠!'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앙드레김'네의 고상하고 정적인 생일상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미친'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뭉개진 케이크를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자존심을 세우느라 힘들었지만, 역시 케이크는 맛있었다.

나는 배부르게 먹고 '분신'의 무릎 위로 올라가 몸을 웅크렸다. 시끄럽고, 한심하고, 어이없지만...

뭐, 나쁘지 않은 14번째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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