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편지를 본다.
"우리처럼 나이 많은 가짜 부모랑 여기서 영영 살 수는 없잖아."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불을 빤히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울음을 참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어릴 땐, 내가 아는 게 다일 때가 있다.
나를 예뻐하지 않는 선생님이 세상에서 젤 나쁘고,
나를 왕따시키는 애들이 세상에서 제일 못됬고,
내 엄마만 나를 달달 볶고,
내 아빠만 나에게 무심하고,
나만 부족한 줄 알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날 안예뻐하면, 대학가는데 피해가 있을 줄 알았다.
친구들이 나를 외면하면, 살면서 내내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할 줄 알았다.
엄마의 극성과 아빠의 무심함때문에, 정신적으로 미숙한 어른이 될거라 믿었다.
집이 부유하지 않고, 머리가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엄청난 핸디캡일 줄 알았다.
어린 생각의 틀이 얼마나 편협하고 융통성이 모자란 것인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린 내가 보는 세상은 얼마나 좁았던가.
나의 세계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들키기 쉬운 건가.
울음을 참는 건 힘들다.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 내가 보는 세상은 온통 뿌옇고 흐릿하지만, 눈물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내 세상은 들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럴 때, "왜 울어?"라고 물으면 안되는 것이었는데도, 사람들은 묻는다.
우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왜'가 중요한 모양이다.
울어버릴 수밖에 없는 감정이 아니라, 우는 이유가 알고 싶은 거겠지.
오늘 아침, 출근후 직원과 대화 중에,
며칠 전 어느 과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어느 직원이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온통 이슈는 "도대체 왜 울었대? 과에 무슨 문제 있대? 상사가 괴롭혔대?"
운 이유가 밝혀진다면, 메신저를 타고 가해자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질 거다.
울음을 터뜨리는 게 쉽지 않다.
울음을 참자.
그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지만, 우는 건 집에 가서 혼자 울자.
아이가 다섯살 무렵이었던가...
아이와 같이 덮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아이가 잠들었다 생각하고 숨죽여 울었는데,
"엄마, 울지 마."
내가 우는 이유를 묻지 않고 아이처럼 위로만 해주는 건, 어려운 걸까?
#맡겨진_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