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접속사다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by 미스준
우리의 행복은 전적으로, 철저히 다른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다.
가족, 친구, 이웃, 게다가 우리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무실 청소부까지도 모두.
행복은 명사도 동사도 아니다. 접속사다.
image.png?type=w773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나는 전형적인 INTJ이다.

관계에 별로 관심이 없다.

mbti를 전적으로 믿는건 아니지만, 아주 맞는구석도 많다.

나는 '혼자 잘 사는 유형 순위'에서 1위이다.

관계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인정하기에 참 어려운 유형이다.


이런 나도 직장생활 20년쯤 하고, 더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많다.


직원일때는 나 혼자만 열심히, 잘 하면 된다.

물론 내 능력과 실적을 시기, 질투하는 동료들 많았다. 뒷담화에 늘 오르락내리락.

나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성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무능한'상사는 무시했다.

내 길이 대부분 '맞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조언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혼자있는 시간이 중요했기 때문에 술자리를 핑계로 한 친목도모는 멀리했다.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요직으로 가는 사람들은 모두 술자리네트워크라 여겼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나 자신이 뿌듯.

나만 잘나면 직장생활도 문제없다 여겼다.

그런데 관리자가 되고보니, 일 잘하는 직원도 예쁘지만 일을 '같이' 하는 직원은 더 예쁘더라.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에는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지만, 유능한 직원이더라도 동료나 본인 팀이 업무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해결하려고 애써주지 않는 직원은 싫더라.

나는 어땠던가. 나는 주변에 관심을 주는 동료였던가. 어릴 때, 젊을 때는 하지 않았을 반성이다.


해외에서 돌아온 아이가 친구와 같은 반에 배정되도록 애써준 담임샘

아이에게 택시비를 빌려줬던 집앞 약국 약사님

집 문이 잠겼을 때 볼일급한 아이에게 화장실을 내준 앞집

우리 엄마의 안부를 물어주는 경비아저씨

내가 수술하고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을때 태워준 같은 라인 8층 택시아저씨

여전히 아이를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피아노원장님

밑바닥까지 다 봐서 더이상 서로 부끄럽지 않은 오랜 절친

매일 손자에게 전화해서 엄마를 잘 챙기라고 당부하고, 키작은 손자에게 지금이 '딱 좋다'라고 반복해주는 나의 부모


이런 관계들 덕분에 내가 행복하다 라고 말하는건 다소 과한 듯 싶다.

이들 때문에 내 삶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게 알맞다.


여전히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에 다다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경제적인 안정도 필요하고, 직장에서의 성취도 무시 못하고, 아이의 바른 성장도 물론 중요하며, 가족간 원만한 관계도 중요하고, 건강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중에 몇개는 내 능력을 벗어나기도 하고 이미 일정부분 놓쳐버린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나에게 행복이란 '내가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느 상황에서든 무너질 수도 있을 때,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절망을 겪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조건들. 그건 스스로 이룩한 자존감만으로는 안된다. 나를 지지해주는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


#행복의_지도 #행복은_관계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