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실수
연진아.
어리석은 연진아.
너의 어리석음이 새삼스럽지 않지만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그래,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너를 찾아가 한마디 따지지도 못했고
네게 분노를 표현하지도 못했지.
그저 내가 무얼 하지 않아도 네 삶이 엉망이기를 바랄 뿐이었어.
그래서 너는 너의 카톡 프로필에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너의 사진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어.
너의 모습을 내게 들키지 말았어야 했어.
운동을 즐기고 있는 너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내게 보이지 말아야 했어.
나는 너를 잘 몰라.
내가 아는 건 고작 너의 이름, 너의 직업, 너의 직책, 너의 전화번호,
네가 사는 지역, 네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거.
그리고 네 남편의 이름과 직업 정도이지.
그런데 연진아.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나는 너의 이름, 너의 직업, 너의 전화번호, 너의 세 아이, 너의 남편.
참으로 많은 걸 알고 있기도 해.
그래서 가끔 상상해.
내가 아는 너의 정보를
끔찍한 너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는 일 말이야.
아니면 너의 직장에 찾아가
사람들에게 너의 이름을 대며 너를 찾는 나의 모습을 말이야.
그때도 넌 카톡 프로필 사진처럼 밝게 웃을 거니?
내가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는 후회가 이제야 드는구나.
그건 나의 실수겠지?
너의 실수로 난 나의 실수를 깨달았네.
나는 너에게 1도 괴로움을 주지 못했구나, 하는 내 실수 말이야.
내가 필명을 동은이로 정한 거,
그리고 네가 연진이라는 것엔 나도 생각하지 못한 복선이 깔려 있나 봐.
아니면 이름처럼 운명이 닮아 버린 걸지도.
아니 그것도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는 걸지도.
연진아.
지금처럼 다 잊어.
그리고 그렇게 웃어.
원래 예측하지 못한 결말이 더 재밌는 법이잖아.
시간은 기억을 지우기도 하지만
어떤 기억은 더 선명해지기도 하지.
그럼 희미했던 목표나 방향도 명확해져.
너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니?
미안한데, 연진아.
난 이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