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요즘 난 사랑이 뭘까 궁금해.
내 남편을 처음 만나 연애를 했을 때
그 모든 사소함조차 우리에겐 특별함으로 여겨졌었어.
마치 우리는 우리가 알기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꼭 이렇게 만났어야 하는 사람처럼 말이야.
이걸 인연이라고도 하고, 운명이라고도 하고, 사랑이라고 하고.
온갖 낯간지러운 단어들로 우리를 포장했지.
그 특별한 시간의 기억은 10년이 넘어서도
이건 사랑이 아닌 거 같다는 의심 속에서도 남편과의 관계를 지속하게 했지.
서로가 익숙했어.
연진아, 난 그게 참 좋았다.
남편은 내가 유일하게 익숙할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
내가 기대서 울 수 있는 사람, 아플까 봐 걱정되는 사람, 나를 사랑해 주길 기대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나를 다시 사랑해 주길 기다리고 기다렸던 유일한 사람.
결혼이 내게 참 잔인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사랑을 약속한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건 기다림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숱한 외로움 속에서 나는 기다렸어.
난 그게 결혼이라는 계약에 포함되는 당연한 의무사항쯤이라 생각했으니까.
내게 뭐가 돌아올지도 모르고 말이야.
연진아,
너는 <구의 증명>이란 소설을 봤니?
담이는 사랑했던 구의 시체를 먹어.
둘은 유일했기에, 시체를 먹음으로써 구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던 걸까.
하나가 되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에 진동했지.
그 사랑이 너무 애달파서 나는 이 소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
그래서 생각했지.
살아있을 때, 많이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고.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다고.
너는 정말 내 남편을 사랑했니?
내 남편은 너를 사랑했을까?
나는 더 이상 사랑을 모르겠어.
내가 사랑이라 믿은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허공으로 흩어져.
너무 사랑해서 죽은 다음 시체라도 먹고 싶었던 내 마음은 갈 곳을 잃었어.
딱딱 딱딱-
아무것도 입에 씹히지 않고 이 끼리 부딪혀.
마음이 다 해 사라진 건지, 처음부터 없었던 건지 난 도저히 알지 못하고
그저 공허하고 허기 가져.
형태도 남아있지 않은 사랑을 품고, 막막함 속에서 이 쓸쓸함을 견뎌.
연진아,
나를 배신한 남편을 견딘다는 건
집착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랑일까?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을 뭘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나는 남편과의 인연이 행복하지만은 않았으면서도
그 인연이 이번 생으로 끝날까 봐 종종 두려웠어.
그런데 이제는 말이야,
내게 죽어서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어.
연진아,
너는 너를 사랑하니?
나는 나를 사랑해 본 기억이 아득해.
아니, 나는 나를 사랑해 본 적이 있기는 했던 걸까.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내 감정을 우선 하는 일.
그게 답인 걸 알면서도 저쪽에 남겨둔 내 사랑에 자꾸 미련이 남아.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고 싶어.
나를 사랑하는 거 말이야.
딱딱 딱딱-
아직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답지 못했던 사랑은 버리려고 해.
허공을 씹으며 견뎌보려고 해.
더 이상 허기지지 않을 때까지.
나를 훼손하는 것들을, 고통을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않을 때까지.
외로움의 공백을 나로 채워보려고 해.
그러고 나면 사랑이 뭔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