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하찮은 너에게
연진아.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너는 내 인생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이구나.
참으로 하찮은 너를 품고 살아가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값싼 너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던 내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요즘 들어서야 확실히 깨달았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보려고 해.
너를 알기 전보다, 훨씬 더 말이야.
세상엔 너 같은 쓰레기들도 많지만,
나는 정신도, 육체도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잖아.
난 이제야 그걸 알 거 같아.
언젠가 상담 선생님이 내게 숙제를 내주셨어.
“당신의 장점을 다섯 가지 써보세요.”
그땐 도저히 쓸 수가 없었어.
그래서 대신 출근길 차 안에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지.
‘나는 예쁘다. 나는 사랑스럽다. 나는 매력적이다.
나는 자신감이 넘친다. 나는 할 수 있다.’
처음엔 낯간지럽고, 의미 없는 말 같았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 말들이 내 안으로 스며들더라.
그건 착각이 아니라, 확신이었어.
그래, 뭐 어때.
뇌가 착각을 하든, 마음이 속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한때는 자존감도 자신감도 모두 부서져 있었는데.
내 얼굴조차 보기 싫던 날들이 있었어.
내가 너무 싫어서, 정말로 사라지고 싶던 날들이.
그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너를 떠올리며 비교했고,
난 더 초라해졌었지.
하지만 이제는 알아.
이 세상 그 누구도 너보다는 가치 있다는 걸.
특히, 나는.
물론 너는 내 자존감을 흔들어 놓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거야.
이제는 내가 제법 괜찮아진 것 같지 않니?
참 오래 걸렸지만.
연진아, 안녕.
이제는 정말 곧 너와 작별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안녕하길 바라서가 아니라,
내가 안녕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