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점은 육아휴직이야, 얼른 결혼해

우물안 개구리

by 혀늬

"들었어? 걔 퇴사했다더라"

"그렇게 자신 있게 퇴사하더니 결국 사기업으로 이직했네?"

"뭐 대기업으로 이직했다던데?"

"나가면 개고생이지-요즘애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몰라"


들리나 오바. 지금 여기는 모지역의 공공기관의 어느 5층 화장실. 다른 부서 mz직원 친구가 퇴사를 하고 이직을 했다고한다. 오바. 하지만 난 변기에서 이제 그만 일어나고 싶은데 제발 그만 나가주세요. 오바.


나는 공무원이다. 사실 시험보고 들어온 것도 아니다. 운 좋게 면접을 뚫고 공무직 합격해서 평생 똑같은 일을 하고 최저시급에 맞춰서 연봉이 올라가는 따분하고도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첫 직장이 공무직이면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


뭐냐고?


바로 감사함을 모른다는 것이다. 집 앞에서 도보로 15분, 완벽한 9 to 6로 야근 따위 없는 삶을 25살 첫 직장에 하게 되면 사람이 감사함을 모르게 된다. 얼마나 최고의 직장인가. 그리고 업무에 자기 성취감을 두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자기 계발과 취미생활이 아니라 연애와 결혼이다. 공무원의 최대복지, 육아휴직도 되겠다. 결혼의 계획과 자녀계획이 오늘 하루 대화의 화두이다. 아, 오늘"도" 대화의 주제다.



"주사님은 언제 결혼하실 거예요?"

"연애는 하고 있어요?"

"공무원 메리트는 육휴밖에 없어. 빨리 좋은 사람 잡아서 결혼해"

"공무원이 30살 넘으면 효과 없다?"

"공무원끼리 만나서 결혼하는게 최고지-나중에 편해지잖아."



2030 남녀가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키운다는 통계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요?

이렇게 주변에 결혼을 많이 하고 애를 많이 낳는데...우리나라 출산은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있군요!

25살이란 나이에 결혼이고 출산이고 관심 없던 나의 고질병은 또 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회사와 자아를 분리하지 못하는 어린 철부지였다. 매일 세이노의 가르침, 역행자 같은 이상한(?) 자기 계발 책을 읽고, 하루 명언을 주워듣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가꾸는데 재미를 붙이니 안정적인 공무원 사회가 우물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래서 책 한 권만 읽은 자는 무섭도록 어리석고 추진력이 좋다.



'내가 원했던 삶이 이것인가?'

'평생을 내가 이곳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살 수 있을까?'

'평생'이라는 말과 '내가 원하는 삶'이라는 단어에 목이 막혔다. 아, 나는 안정성이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일은?


그래, 이직이다!


개굴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