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딸바보
사춘기가 지나고 나서는 아빠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사춘기가 되면 딸은 아빠보다는 엄마를, 엄마보다는 친구들을 더 좋아한다.
어렸을 때 엄마의 사랑은 나도 모르게 헌신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아파서 열이 났는데 내가 38도 엄마가 39도였다. 열이 나는 몸으로 엄마는 나를 업어서 병원에 데려다주셨다. 그날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그다음에 생각했다. 내가 엄마를 지켜줄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나에게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밖에서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취준을 하고 직장을 갖고 이제 조금씩 아빠의 대단함이 생겼을 때였다.
이제 먹고 살만 하니깐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나는 사람을 기피하게 됐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인생은 정말 쉽게 흘러가지 않는구나를 느꼈고, 온갖 무기력증과 질병들이 나를 덮쳤다. 하루하루 밤이 무서웠고 내가 누워있는 곳이 어항처럼 느껴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숨을 허덕이며 깨길 반복했을까.
아빠는 내가 자기 전에 조용히 방문을 열어주었다. 왜 문을 여냐고 묻자 아빠는,
"아빠가 출근하기 전에 혀늬가 보고 싶어서 그랬어"
처음이었다. 아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본 날이. 아빠는 나보다 더 큰 존재가 아니었다. 나를 지켜주기 위해 몸집을 부풀린 것이었다. 오늘도 아빠는 내가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오고 내가 먹고 싶다고 한 피자를 만들어주신다. 그리고 새벽에 몰래 글을 뱉어내는 나를 위해 따뜻한 난로를 방문 앞에 갖다 주신다. 사랑한다는 말이 입에 담기 무섭게 내 발바닥에 물이 흘러내린다. 오늘은 꼭 말해보고 싶다.
"아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