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은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by 혀늬

오늘은 오랜만에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무릎이 푹 나와버린 트레이닝바지 대신 슬랙스를 꺼내 입고, 자켓까지 걸치니 오랜만에 ‘직장인’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동선이 애매해 처음으로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서른 살 버킷리스트였던 ‘운전하기’를 이렇게라도 지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괜히 뿌듯했다.

초행길이라 서둘러 집을 나섰고, 다행히 40분 일찍 도착해 무사히 주차까지 마쳤다. 건물 앞에서는 풋풋한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오늘 면접을 보러 온 곳은 대학교 내 사업단, 수업과 일을 병행하는 계약직 자리였다. 인사팀으로 지원했지만, 어떤 질문이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아 긴장이 서서히 몸을 타고 올라왔다.

대기실에는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다들 계약직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분위기는 놀랍도록 가볍고 유쾌했다. 특히 희망연봉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색함도 금방 풀렸다.



“여기 무조건 3천일 것 같아요.”
“그쵸, 대학교 연봉이 원래 좀 낮잖아요.”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니 금세 내 차례가 되었다. 면접장에는 인상이 좋은 면접관 세 분이 앉아 있었다. 준비했던 1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를 차분히 말하고 나니, 예상치 못한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실래요?”
“…네?”
“우리한테 전 회사를 한번 소개해보세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대학교 사업단 이야기를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전 회사 소개라니. 내가 영업직으로 지원한 것도 아닌데 왜 회사 소개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결국 외웠던 대학교의 이념과 슬로건은 멀어져만 갔고, 나열된 단어들은 면접장 한가운데서 공중분해되는 기분이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아… 망했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잡았다. 한때는 말 잘한다고 칭찬 받았던 내가, 이렇게까지 버벅일 줄이야. 면접관이 더이상 나의 스토리를 궁금해하지 않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질문은 희망연봉에 대한 것이었다.


“3천으로 적어주셨는데, 더 낮아지면 괜찮으시겠어요?”
“정해진 테이블이 있다면 그에 맞춰 받겠습니다.”


그 대답과 동시에, 내가 제출한 지원서 속 숫자 3,000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물가는 끝없이 오르고, 달러는 1,500원을 향해 치닫는데, 이곳의 연봉은 3천이 되지 않는 금액. 월 220을 받겠다는 의미였다.


그 순간, 왜 청년들이 알바를 선택하고 정규 취업을 주저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서른이 되도록 꾸준히 쌓아온 인사관리 경험도, 스킬도, 이 자리에서는 값어치를 잃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위로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훨씬 더 쓰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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