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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Sep 28. 2021

11. 가마솥이 눈물 흘려야 밥이 된다.

처벌만큼 화해와 치유도 중요하다.

전주역 앞에는 야경의 화려함을 보이는 기획물이 있다. 가로수에 전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나무의 고통이 느껴진다. 2000년대 초반 같으면 아이디어에 감탄했을 것이다. 잘 보이려고 이것저것 한 기획물이지 남의 사정은 뒷전이다. 밤에 눈의 화려함은 있는데 자연미는 고려하지 않았다. 뒷간 갈 때 심사와 나올 때 심사가 다르다. 동물을 학대한 자는 벌금 500만원이다. 2019년 3월 21부터 시행됐다.   

  

사람 살은 못에 찔렸을 때와 유리에 찔렸을 때 반응이 다르다. 못은 몸 안으로 당기지만 유리는 몸 밖으로 밀어낸다. 트라우마도 못이나 유리와 같다. 스스로 해소하는 사람도 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최근에 나타나는 학교 폭력에 대한 미투의 성격이 못과 유리다. 사는데 힘들고 어려운 겨울은 잠깐이고 봄은 금방 온다고 한다. 재는 것 많고 따지는 것 많은 세상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컬링 국가대표 ‘팀킴’이 2018년 11월 지도자 갑질과 언어폭력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이후 엘리트 운동선수들 층에서 일어나는 스포츠계의 일탈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쇼트트랙 스케이팅과 여자 유도 등에서 지도자의 성폭행은 검찰 수사를 통하여 실체가 밝혀졌고, 유소년 축구단 감독이 선수들에게 폭언·폭행을 했다는 폭로와 한국배구의 미래인 쌍둥이 배구선수의 중학교 시절 행동과 프로야구 1지망 선수의 학교 폭력 등 스포츠계 선후배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검은 그림자 폭로는 꼬리를 물고 있다.     


TV 드라마 ‘전원일기’가 종편에 재방송 되고 있다. 5공 때인 1980년 10월 21일 퇴폐한 국민 정서를 정화한다는 취지에서 제작된 드라마로 2002년 12월 29일 종영된 대국민 교과서 드라마다. 22년 2개월 동안 총 1,088회 방영되었다. 본방송에서는 공감됐는데 재방송은 바늘 삼킨 듯이 속이 훑어 내릴 때가 있다. 아동 폭력, 가정 폭력, 성추행 성희롱, 동물 학대 등의 표현 때문이다. 격세지감이다. 드라마는 그 시대 정서의 표현이다.     

지게 지고 손수레 끌고 다닌 시절이나 경운기나 세 발 자동차가 횡행하는 시대도 강산은 변화가 없었다. 틈나면 들녘으로 소여물 꼴을 베러 다니고, 한 번쯤은 수박 서리하고 쌀 팔아 무전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한 세대가 386세대다. 어른들은 애들이 순수성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했다.      


요즘 쟁점이 되는 학교 폭력 가해자는 386세대 자녀들이다. 만화방과 오락실에서 즐거움을 찾던 세대다. 부모들은 일을 배고픈 사람 밥 먹듯이 하던 시절로 선생님과 선배는 하늘이었다. 부모와 전원일기를 시청하면서 성장한 젊은이다. 스포츠계에 이어 연예계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선배가 얼차려 주고, 코치나 감독이 처벌하는 것은 상황이지 어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닐 것이라 받아들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졌다. 적응하는 시간보다 변화가 너무 빠른 데 혼란이 있다. 준비가 덜 됐다. 사과는 하는 사람의 진정성보다 받는 사람의 진정성이 요구될 때가 있다. 받아들이고 싶어도 3자의 입김이 화해를 가로막는 일도 있다.     


실전은 이론과 다르다. SNS에 선과 악이 무차별하게 노출돼 있다. 장마 뒤에 해가 든다고 했지만 학교 폭력은 해가 뜨지 않는다. 인성은 뒤로 가고 인권이 앞에 있다. 공통의 선을 발휘하여 공동의 합의를 발견해 내야 한다. 처벌만큼 화해와 치유도 중요하다. 교권을 바로 세워 교사의 지시봉에 힘을 주고, 사회 화합 시스템을 구축하여 화해와 치유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인권의 본질과 가치를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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