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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Oct 02. 2021

13.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권력 이동이 시작됐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계로의 이동.. 세대 차 극복 못하면 갈등 깊어진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청년을 지칭하는 Z세대는 미래로 먼저 가는 선구자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청춘들로 디지털 원주민이다. 그들은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는 디지털 공간에서 아바타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비평하고 댓글을 남긴다. 그들의 감수성은 가상세계를 바로 접수했고 콘텐츠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활성화했다. 탐색보다 발견의 시대에서 탐색과 발견의 균형을 찾아가는 세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위기가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로의 진입을 앞당겼다. 밋밋한 일상이 보는 대로 느끼는 직관의 시대로 전환됐고 사람이 했던 모든 영역을 AI가 대신하는 추세다. 키보드에 글을 치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림을 그리고 투자를 조언하는 AI도 있다. 아바타의 창조성이 인간만의 영역이 아닌 창의력 분야까지도 부상하고 있다.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가상과 현실이 유기체로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아바타가 공존하는 디지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AI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기존의 변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새로운 브랜딩 가치를 찾아낸다. SNS상에서 수십만의 팔로워를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상 인물도 있다. 실존 스타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시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과 거의 흡사하고 소통도 이루어진다. 자기 생각이 있고 이슈에는 메시지를 낸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최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MZ세대(18세~34세)가 열광하는 릴 미켈라는 미국의 AI 벤처기업인 브러드(Brud)에서 4년 전 개발한 아바타로 멕시코계 미국 LA 출신으로 주근깨가 있는 19세 소녀로 설정되어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300만 팔로워를 갖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누비며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주얼 인플루언서다. 그녀의 인스타 게시물은 건당 천만 원 정도고 연 수입이 약 130억 원 정도다. 가상의 캐릭터가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 2018년 타임은 BTS(방탄소년단)와 함께 온라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했다. 허구와 현실의 조화다.     


가수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라는 슈팅 게임 속 사회적 공간인 파티 로열에서 콘서트나 신곡을 발표했다. 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을, 트래비스 스콧은 콘서트로 약 220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마시멜로의 콘서트는 동시 접촉자가 최대 천만 명을 기록했다. 가수와 아바타의 스토리텔링이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들면서 패션·미용·음악 등의 분야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상 캐릭터 가수와 백년가약을 맺은 남자도 있다.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 편에 있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설화에는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놀다가 꿈속의 나비가 잠이 들어 깨어났더니 나비가 아닌 장주로 나타났다는 해학이 있다. ‘자기가 나비인지, 나비가 자기인지’ 애매하다는 장주의 우언(寓言)이 시공을 초월하여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신세계 면세점은 ‘김삿갓’이라는 가상 캐릭터를 SNS 담당자로 채용했다.     


유행이나 풍조를 콘텐츠에 연결하는 고리의 크기와 개수가 경제 규모다. 자기 캐릭터를 개발하여 온라인상에 올려놓고 캡처하여 편집하기도 하고 가상세계에 가게도 개점한다. 아바타에게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와 메이크업을 해주면서 돈을 번다. 디지털 세대 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갈등의 폭은 깊고 넓어진다. MZ세대는 수직적인 성장보다 수평적으로 성장한다. 좋든 싫든 선택의 여지 없이 오늘도 권력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1년 5월 12일 새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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