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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Oct 10. 2021

15. 짓궂은 자식이 크게 된다.

요즘 문화를 주도해 가는 층은 MZ세대로 불리는 18세~34세의 젊은이들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명동에서 3초만 서 있으면 같은 회사의 명품가방을 들고 가는 유행 따라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MZ세대는 인터넷 댓글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언제든지 ON과 OFF를 하는 소비 실세다. 목적 지향적이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구매 실속파로 기존 상표보다 더 희소한 상표나 개성을 갖춘 가성비 높은 상품을 찾는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보의 파급력이 크다. 아르바이트보다 창업을 선호하는 세대로 오랜 세월 이어온 관습을 유지하거나 단절할 수도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그들의 특징은 자기 과시형이며 수평적인 관계를 선호하고 검증된 브랜드에 대한 투자는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과감하다.    

 

MZ세대의 뒤를 이을 중·고등학생은 진일보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교직원들의 공간인 교무실(학습연구실)을 학생들이 청소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진정했다. 효용성만 가지고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삶을 삭막하게 한다. 기존의 가치관과 프레임을 깨는 발상이다.      


학교 측은 인성교육 차원에서 계속 시행하겠다는 것이고, 교육청은 청소를 용역회사에 맡기거나 봉사 활동의 하나로 시행할 것을 권유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인권위에 냈다. 인권위에서 위촉한 전문가 집단의 심의 결과는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는 의견과 자유권 침해와 강제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2021년 2월 8일 학생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는 일은 일반적 행동에 대한 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헌법상 인권침해로 판단하여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작은 공부는 머리만으로 가능하고 큰 공부는 틀을 깨는 데서 시작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교육은 옛말이 됐다.     


장자(莊子)를 보면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도 다른 방도로 사용하면 더 큰 쓰임이 될 수 있다는 뜻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프레임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꿔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편견과 아집을 바꾸면 좀 더 넉넉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 역사책에는 과하고 허황한 생각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는 기록이 비일비재하다.     


소요유(逍遙遊) 편에는 혜시가 장자에게 위 왕에게 박을 받아 심었는데 너무 크게 자라 깨부쉈다고 불평하는 담화가 나온다. 장자는 불균수지약(不龜手之藥)으로 답한다. 송나라에 빨래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 발명한 겨울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나그네가 백만금을 주고 비방을 사서 오나라로 건너가 장군이 되어 비방으로 전쟁에서 크게 공을 세워 제후가 됐다는 고사가 불균수지약이다. 장자는 속을 판 박을 호수나 강에 띄워 배로 사용해도 좋았을 거라고 하면서 혜시의 얕은 지혜를 탄식한다. 사용하는 방법과 상황에 따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MZ세대는 수정자본주의와 기술발전에서 오는 폐단에서 벗어나 눈앞의 편리함보다 영속적인 대안을 찾는 세대다. 그들은 가라는 데로 가고 살라는 대로 살지 않는다. 충동적인 구매가 대세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중고시장에서 저렴한 물품이나 의미 있는 물건을 찾는다. 정확한 데이터로 마음껏 구상하고 바꾸어 혼돈에서 질서를 만든다. 가치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정판 아이템을 되파는 ‘리셀 플랫폼’이 그들의 대표적인 재테크 상거래 무대다. 첨단을 누리다가도 순간 전통에 심취하기도 한다. 기본에 충실하여 기성세대로부터 전해오는 가치관, 근면, 성실, 정직, 예의범절의 토대는 잘 지켜나가면서 발전시키고 있다. 지시보다 설명과 질문에 효과적인 반응을 한다. 이해와 소통이 이루어지면 그들의 큰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


2021년 4월 13일 새전북 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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