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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Oct 27. 2021

17.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신비감과 위엄이 더 있다.

‘소년법 폐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비행 청소년 처벌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여론을 배경으로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현행법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교정과 교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있다.     


IT발달은 청소년을 다양한 유해 요인에 쉽게 노출시켰다. 이로 인해 10대 청소년들의 인성에

균열이 생겼고, 해가 거듭될수록 그 균열은 커지고 있다. 방송이나 뉴스는 훈훈한 미담보다는 흉측한 사건∙사고들을 연일 거듭 보도하고, 듣고 보기에 민망하여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일쑤다.
 

그러던 차에 교육부가 ‘소년법 개정’과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다. 전자는 촉법소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기준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학교 폭력은 경찰서장이 직접 법원에 접수∙송치하는 제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엄벌주의에 화답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이의 하향조정이나 엄벌주의는 청소년 범죄를 줄일 수 있는 실효적인 대안이 아니다. 소년법은 그 제정 취지에 맞게 ‘아동의 사회 복귀와 회복’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처벌보다는 교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 시스템은 그 기반이 조성돼 있다.     


일례로 법무부는 2019년부터 보호관찰위원·법무위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제도 시행 뒤 청소년 재범률은 최근 3년간 평균과 비교해서 전국적으로는 7.88%에서 7.75%로 낮아졌고, 전주는 8.19%에서 6.10%로 전국 평균보다 더 좋은 지표를 보인다. 특히, 도입된 첫 해인 2019년 상반기 7.85%에서 하반기는 4.34%로 성과가 뚜렷하다.     


교육 현장에서 근무한 분들은 빠르면 초등 1학년 때부터 독초의 싹이 보인다고 한다. 능동적인 대처를 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본적인 사항만 이행한다고 한다. 긁어 부스러기 만든다는 평가가 능동적인 대화를 주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장은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식이다. 결국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을 일이 된다. 적당주의가 문제다. 학교 현장에서부터 여러 계층이 협력하면 짧은 시간에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도 여러 상황적 요인과 어우러져 상급기관이 원하는 보고서 품신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청소년 상담은 생각해볼 문제다.     


과학적으로 땅에서 흡수한 물은 최대 30m 올라간다고 한다. 이론으로만 보면 나무는 30m 이상 자랄 수 없다. 그런데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에는 120m이상 자란 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 나무는 어느 정도까지는 땅에서 흡수한 물로 크고, 그 이후 높이에서는 태평양에서 발달된 해무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성장하는데 비슷함이 있다. 역경과 풍파가 있고, 이겨내야만 한다. 실수에 대해서는 바로 설 수 있도록 가정과 국가, 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엄벌주의는 국가가 국친(國親)의 책임을 방기하려는 것과 같다. 벌과 교정은 어머니 마음이어야 한다. ‘봄볕은 시어머니 볕이고, 가을볕은 친정어머니 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탈은 그 경중에 관계없이 따끔하면서도 부드럽게 다스려야 한다. 비행 청소년에게 밝은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합리적인 방향 제시는 친정어머니 마음이어야 한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생각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새전북신문 2020년 3월 11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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