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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Oct 30. 2021

18. ‘데드 크로스’는 국가적 재앙이다.

젊은 부모는 자녀를 업어 키우지 않는다. 대부분 가슴에 품어 키운다. 심장 박동과 체온을 더 많이 느끼게 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흔한 모습이다. 스킨십하는 것을 보면 몇을 더 낳아도 잘 키울 것 같은데, 하나만 낳는다. 결혼 전에 서넛은 낳아야 하지 않냐고 했던 부부도 그렇다. 업어 키운 자식은 과거고 안아 키운 자식은 현실이다.     


한국민의 자녀 사랑은 세계적인 명성이 있다. 교육열로 인하여 권역별로 집값 차이가 있을 정도다. 베이비붐 세대 자녀는 부모가 회초리 들면 벌벌 떨었다. 워라밸 세대 자녀는 부모가 회초리 들면 핸드폰을 든다. 이른 시점에 기대치를 내려놓는 맹모(孟母)가 늘고 있다. 가정에서 자녀와 다투는 소리가 전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3만 불 시대에 진입했다. 3만 불 시대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빈부격차에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공공질서가 무너지고 멘탈이 붕괴하기에 십상이다. AI 시대는 성문법이 통하고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다. 1992년 노벨상을 받은 베커는 출산 효용이 클 때만 아이를 낳고, 소득량과 출산율은 반비례한다고 했다.     


2020년 6월 통계청 발표에 출생아 수는 2만 2,193명이고, 사망자 수는 2만 3,651명이라고 한다. 신생아는 작년 6월보다 7.5% 감소했고,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웃도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일어났다. 8개월 연속됐다고 한다. 연간 통계도 ‘데드 크로스’가 확실하다고 한다.     


경제학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학파는 다음 3가지 요건이 맞아야 출산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첫째가 유희와 재롱적인 소비 효용, 둘째는 돈을 벌어주는 노동 효용. 세 번째로 노후 봉양의 약속과 보장인 연금 효용을 출산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지나온 생활 지표보다 향후 인생 수준이 높아진다는 판단이 되어야 결혼이나 출산을 결정한다. 결혼은 결혼 비용 부담과 고용 불안정을, 출산은 양육과정에서 발생할 얇은 유리 지갑을 기피 사유로 뽑는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정책에 대한 예산으로 209조 5,000억을 썼다. 여론조사기업 리얼미터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예산의 사용처에 대하여 국민의 65%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는 10%에 불과했다. 통계청 발표는 2020년도 상반기 출생률도 9.9% 급감했고, 전문가들은 年 신생아 출산이 30만 명 붕괴를 예상한다. 2019년 출산율 0.92로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한 0명대다.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결혼과 임신, 출산에 대한 혜택의 인지도는 아주 낮다. 결혼율과 출산율은 뒷걸음만 치고 있다. 청년들의 현실감각은 뛰어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모의 발언권은 벽을 넘었다. 공은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젊은 부부의 합리적인 결정은 저출산이다. 더 늦기 전에 돈으로 해결하려는 구태적인 미봉책에서 벗어난 제도 전반에 걸친 국가 운영의 기본틀을 ‘데드 크로스’에 맞춰 새로 짜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이유를 살펴 법과 제도를 세워 제동을 걸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결혼부터 육아까지 사안을 특정하고 쉽게 권리 회복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무관계와 책임 소재가 명시된 표준 약관이라도 있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수준이라면 더 좋다. 실효성 있는 뉴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2020년 10월 28일 새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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