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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Dec 29. 2022

36. 광야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2019년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붉은 머플러를 목에 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라는 질문 뒤에 언론으로부터 “기자다운 기개”를 보여 주었다는 칭찬과 “무례하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대변인이 된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민다.”라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은 논어 학이 편에 “말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면서 어진 사람은 적다. (巧言令色 鮮矣仁)”에서 유래했다. TV 뉴스 화면의 정치인 미디어 이벤트는 이러한 범주 안에 속한다. 지난 11월 8일 대통령의 입(국정 홍보수석 김은혜)은 국정감사장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누다 언론에 노출되어 국감장에서 쫓겨났다.    

 

정부의 언론관은 목불인견이다. 바이든 욕설 자막으로 시작된 MBC와의 갈등에 대통령실은 대통령 G20 순방길에 MBC 기자의 전용기(공군 1호기) 탑승을 거부하고 국세청은 세무조사로 추징금 520억 원이 부과한다. ‘국민의힘’ 김상훈 비상대책위원은 대기업에 MBC 광고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대통령은 헌법수호 일환으로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고 답한 3일 뒤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품위를 지적하며 출근길 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TBS는 10월 15일 국민의힘 단독으로 서울시 의회 본회의에서 ‘TBS 예산 지원 중단’ 조례안을 통과시킨다. 조례는 11월 29일 ‘서울시 조례 규칙 심의위(의장 오세훈 시장)’를 통과, 12월 2일 공포됐다. 유예기간 1년이 지나는 2024년 1월 1일부터 지원이 중단된다. 10월 22일에는 상임위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2023년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출연 동의안'을 “88억 삭감”한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배추의 밑동을 자르면 겉절이고 밑동을 살리면 김치다. 잘린 밑동에 배춧잎 붙여 양념한다고 김치가 되진 않는다. 선출직과 정무직 공무원은 세 치 혀로 국민을 선동하지 말고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권력자에게 꼬리치는 시간에 일본이 플라자 합의와 아베노믹스 등으로 몰락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부동산 버블, 산업 공동화, 인구 문제 등을 해결하여 미래 먹거리를 지키고 찾아야 한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인 모닝컨설트에서 11월 17일 공개한 주요국 지도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6% 주간지지율로 조사 대상 22개 가운데 22위다. ‘지지’와 ‘비(非)지지’의 격차는 60%대다. 국내 여론조사기관 미디어 토마토에서 11월 18일 발표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경북(TK), 세종·충청·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100점 만점 기준 25점 이하로 평가했다.     


일본과 미국의 플라자 합의에서 얻은 교훈은 동맹관계도 경제만은 자국 이익 우선이다. 미국 이익이 우리나라 이익이 된다고 미국만 바라보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될 수 있다. 경제 유능함을 기대하는 게 연목구어가 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언론과 싸우고 야당과 선을 그을 때가 아니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 위치와 미래 영향력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미국 중심으로 흐르는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중국과는 기초여건이 손상하지 않는 토대에서 어떻게 경제협력을 유지 지속할까? 외교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투구로 비치는 국내용 권력 과시를 하루빨리 종식하고 이 위기 극복에 온 전력을 다하기를 바란다.


2022년 12월 7일 새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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