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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Dec 03. 2022

35. 우환을 만드는 자(者)가 도둑이다.

콩에 싹을 틔운 것이 콩나물이라 하듯 녹두에서 틔운 싹은 녹두나물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계유정난으로 세조를 옹립한 신숙주는 영의정을 지내는 등 6대(세종~성종)에 걸쳐 조선왕을 모시며 천수를 누린다. 그의 처 윤 씨는 동료를 배신하고 혼자서 살아온 남편이 부끄러워 목을 매달았고, 백성은 잘 변하는 녹두나물을 변절자 신숙주의 이름 숙주를 붙여 숙주나물이라고 한다고 전해온다.


통일부는 공무원 통일 교육자료에 이완용을 현실주의자로 표현한다. 교육자료 자막에 “나는 나라만 생각하는 현실주의자, 일본의 한국점령은 기정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국권피탈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정진석 여당 비상 대책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왕조를 집어삼켰다. ”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람은 기계적 언어를 쓰는 사람과 소통적 언어를 쓰는 사람이 있다. 기계적 언어를 쓰는 사람이 “우리 언제 밥 먹자!”라고 하면 소통적 언어를 쓰는 사람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린다. 정진석 국민의 힘 비상 대책 위원장의 주장과 통일 교육자료의 내용은 일맥상통한다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정진석 여당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식민사관이 아니라고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식민사관이 맞는다고 한다.


간신은 난폭하거나 유약한 군주 밑에서 나라가 어쩌니 백성이 어떠니 하면서 아부하거나 이용하면서 이익을 독차지하고 경쟁자들을 해코지하는 사람이다. 세조의 왕위찬탈을 설계한 한명회, 채홍사 임사홍과 아들 임숭재, 남이장군을 역모로 고변한 유자광, 임경업 장군을 모함해서 죽이고 효종의 북벌계획을 청에 알려 역모를 꾀한 김자점, 조선을 일본에 통째로 넘긴 매국노 이완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세조, 연산군 선조, 광해군, 인조, 고종 시대의 역신으로 권력을 향배에 따라 안면을 바꾸는 정치 모리배로 알려져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8월 17일 강원도가 레고랜드 짓는데 보증 섰던 부채를 최대한 막아보겠다고 했고, 9월 28일 “회생 신청(파산)을 하기로 했다.”라고 한다. 김진태의 채무불이행 신호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려 패닉 셀링(공황매도, 투매)를 불렀고 채권시장의 기능이 정지되어 정부는 10월 23일 경제 장관과 한국은행장이 모여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를 개최, “시장 유동성 자금을 50조 원+알파 규모로 확대·운영한다.”라고 발표한다. 야당은 10월 25일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했다. 10월 27일 김진태는 “좀 미안하다.”라고 한다.


한비자의 저서 외저설우(外儲說右)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주막집의 개가 사나우면 술이 팔리지 않아 시어진다.”라는 뜻으로 자신에게만 꼬리치는 사나운 개를 곁에 두고 장사하니 개가 무서워 손님이 끊겼다는 고사다. 한비자는 이를 권력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친 주구 세력 가운데 한 명의 사나운 사람이 풍비박산 낸다는 것을 구맹주산에 비유하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본인이 무엇이 부족한지 투철하게 몰라.”라고 한다.


바둑의 승부는 숨어있는 반집에서 갈린다. 대통령의 반집은 인재를 찾고 육성하고 경청할 줄 아는 능력이다. 보좌진은 화려한 연유를 보내라는 액세서리 공무원이 아니다. 한보 사태의 늦깎이 대응이 IMF를 불렀듯이 강원도지사의 경제 무능이 국가 위기를 부를 수 있음을 윤석열 정부는 인지하는데 약 한 달이 걸렸다. 대통령의 사람은 최소한 흐름을 실시간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 이해시키고 실행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가 브랜드를 만들고 지키는 힘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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