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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May 28. 2023

42.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 풀이 난다.

2023년 2월 24일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는 하루 뒤인 25일 아들의 학교폭력(이하 학폭) 전력으로 입장을 내고 사퇴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3월 9일 정순신 아들이 입학한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와 졸업한 반포고등학교(이하 반포고) 교장,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을 출석시켜 증언을 들었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합격했기에 문제가 없고 입학 여부는 개인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고, 반포고는 ‘모릅니다. 공개할 수 없습니다’로 일관하면서 ‘학폭 학생 집중관리’는 학생에 대한 낙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3월 27일 문화일보는 민사고가 강제 전학이 아닌 거주지 이전으로 행정 처리를 시도한 정황을, 3월 31일 CBS 노컷 뉴스는 “민사고가 피해자 치료비 지원 조치 등 기본도 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한다. 민사고는 개인정보 동의를 받지 못하여 등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학교안전공제회는 개인정보는 필수가 아니라고 응수한다. 결과적으로 행정 미숙을 핑계로 가해자에 도움을 주려 했고, 피해자는 보호와 치료를 위한 기본도 하지 않았다.     


장자는 장자 내편 인간세(莊子 內篇 人間世)에 덕이 두텁고 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기분을 잘 알지 못하면서 명성에 대해 남과 다퉈서는 안 된다또 남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인의로 사람들을 바르게 하겠다며 난폭한 사람 앞에서 논의하면 미덕을 가지고도 그것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된다이러한 사람을 남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라고 했다반칙 카르텔로 단련된 기득권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정의 실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제주 출신으로 경향신문을 구독한다는 이유로 시작된 언어폭력(“제주도에서 온 돼지, 좌파 빨갱이”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안 3심의 행정소송과 3차례 집행정지 신청으로 전학을 늦추며 추가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민사고 교장은 “학생들이 ‘빨갱이’ ‘적폐’ 용어 사용은 자유.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라면서 학교가 지도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군은 2019년 3월 반포고 담임교사와 상담에서 “남자끼리 장난처럼 하던 말을 학폭위에 회부됐다.”라며 억울해했고, 담임은 학폭위에 깊이 반성한다고 기록 삭제를 요청하여 2020년 1월 28일 만장일치로 삭제됐다. 법원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는 학교폭력 발생 원인을 교사의 71.4%는 가정에서 인성 교육 부족을학생의 52.3%는 가해 학생 교육선도 부족을 들었다.    

 

세상을 겁 없이 산다는 것은 용기가 있어 그런 게 아니다미래의 희망이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미래를 생각한다면 오늘의 삶을 조심하면서 돌다리도 두들겨가면서 살 수밖에 없다. 2023년 3월 31일 예정된 청문회는 취소됐다. 다시 날을 잡은 4월 14일에는 청문위원들이 채택된 증인을 체계적으로 심문하여 교육 기관이 권력 집단이나 상류층 위세에 겁을 먹고 허리를 굽혀 회복 불능으로 상한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일관성이 있다. 돈 안 되는 나무는 잘 크고 돈 되는 나무는 잘 크지 않는다고 했다더 늦기 전에 기득권 세력이 누리는 만큼 건강한 사회 지킴이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를 기대한다.


2023년 3월 8일 새전북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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