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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Apr 30. 2023

41. 부자 하나에 세동네가 망한다.

중국 송나라 시대 문집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성문실화(城門失火)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성문 아래 있는 연못에서 많은 물고기가 놀고 있는데 누군가의 실수로 성문에 불이 났다. 이때 똑똑한 물고기가 “우리는 이제 죽었다.”라고 했다. “왜냐?”고 묻자, “불을 끄려면 연못에서 물을 퍼 날아갈 것이고, 물이 마르면 우리는 죽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결과는 똑똑한 물고기 예언대로 됐다.     


2023년 2월 16일 EBS 뉴스12는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간의 갈등으로 시골 학교가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한다. 서울시 의회가 2년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시골 학교 살리자며 시작한 ‘농촌 유학’ 프로그램 예산 1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는 내용이다. 서울 학생이 빠져나가면 전남지역 50여 개 학교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하고, 전라북도와 강원도 일부 시골 학교도 ‘연못 속 물고기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농촌 유학’은 미시적으로 보면 서울시 세금이 세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거시적으로 보면 수도권 고밀화 해소에 필요한 정책이다. 서울시의회가 삭감 이유로 제시한 학력 문제 프레임은 나중에 병폐가 드러나도 세월의 하자이니 어찌하지 못하나 그 화는 국민에게 미친다. 보이는 대로 봐야지 볼 것만 봐서는 안 된다. 정치가 자원배분에 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듀오(결혼 정보회사)가 발표한 ‘2023 혼인 이혼 보고서’는 남성 54.8%, 여성 26.4%가 결혼에 긍정이고, 남성은 18.4%, 여성은 4.4%가 ‘이혼’에 부정적이다. 미혼 여성은 결혼 전에는 45%가 결혼 후에는 44.8%가 출산에 부정적이다, 비혼은 남녀 51.9%가 응답했고 여성(76.2%)이 남성(27.6%)보다 3배 높다. 한국리서치는 결혼생활에 대하여 20대는 남성 22%, 여성 14%가 30대는 남성 34%, 여성 25%가 행복하다고 답한다. 3월 3일 MBC 뉴스데스크는 결혼했으나 자녀를 갖지 않은 부부가 70%라고 한다.     


2023년 1월 22일 ‘제1회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보건복지부) 발제자 최슬기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 결혼과 출산을 선택의 문제로 청년의 비명을 이해하라고 하고 유민상 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저출산의 원인을 청년들이 성인 인식 지연으로 자립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통계청과 함께 조사한 인구밀집도와 경쟁, 저출산의 상관관계는 청년층이 수도권에 밀집되면 경쟁이 치열해져 저출산이 염려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36위다. 뒤처리 안 된 정책과 인프라는 신뢰를 잃고 짐만 남겨 결국 그걸 치우는 데는 사회적 비용인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MZ세대(18세~42세)는 기성세대가 겪었던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다. 기성세대가 살았던 격동기 논리로는 청년들을 설득하기 힘들다. 따라서 양질의 직장을 찾아 도시로의 이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상대적 빈곤에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의 가치에 관심을 둔 청년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서울시의회(다수당 국민의힘)는 감사원 감사(농촌 유학)를 요구하는 등 싹 자르기에 안간힘이다.     


감사원은 “30년 뒤에는 기초단체의 70%가, 50년 뒤에는 93%가 소멸 위기”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골로 유학은 지방소멸과 저출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업이다. 정치는 하나의 이념이나 신념으로 잠시 좌우할 수 있겠으나 나라의 백년대계는 통찰력 있고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백년지계를 세울 수 있는 혜안을 우리 정치인들에게 구하는 것이 연목구어가 아니기를 희망해 본다.


2023년 3월 8일 새전북신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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