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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익산 미륵사지 기와와 함께 일본에 전한 미륵신앙

by 강승구

호남 고속도로 ‘여산 휴게소’가 ‘익산 미륵사지 휴게소’로 명칭이 바뀐다고 한다. 익산 미륵사지는 백제 시대의 대표적인 사찰로,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깃든 이곳은 단순히 백제의 건축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 불교와의 깊은 연계성을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한다. 특히 미륵사지는 일본의 미륵신앙(彌勒信仰) 형성과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는 한일 고대 문화교류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된다.


552년 백제 성왕 때 불교가 일본에 공식 전파된 이후, 일본의 사찰 건축과 예술, 사상은 백제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7세기 무왕 치세에 이르러서는 익산 미륵사지의 미륵신앙이 일본 법륭사(法隆寺)를 비롯한 주요 사찰에 전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증거 중 하나가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육엽인동연화문(六葉忍冬蓮華紋) 수막새(모양이 둥근 기와) 기와다.


이 기와는 고구려, 신라, 심지어 백제의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으며, 오직 익산 미륵사지에서만 출토된 독창적인 유물이다. 그런데 이 기와가 일본의 법륭사, 사천왕사, 오사카 동남방의 ‘가까운 아스카’ 지역의 사찰 13곳에서 출토되었다. 이는 단지 기와만 건너간 것이 아니고 백제 장인들이 일본 사찰 건립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보이며, 백제의 독창적인 미술 양식이 일본 불교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미륵사지의 육엽인동연화문 기와는 법륭사와 인접해 있는 중궁사(中宮寺)에서도 발견되었다. 중궁사에는 미륵반가사유상(彌勒半跏思惟像)이 모셔져 있다. 이는 단순히 기와만 건너간 것이 아니고, 건축적 동질성을 넘어 미륵신앙 자체가 일본으로 전파되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익산 삼기면 연동리 석불사(石佛寺)의 광배(光背)는 법륭사 금당(金堂)에 봉안된 금동석가삼존불(金銅釋迦三尊佛)의 광배와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유사성은 익산 미륵사의 불교 예술이 일본에서 재해석되었음을 보여주며, 미륵사가 비단 백제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동아시아 불교 전파의 핵심적인 매개체였음을 입증한다.


미륵사는 용화산(龍華山) 기슭에 세워졌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연못(蓮池)을 메워 건립되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일본 법륭사 역시 용전산(龍田山) 인근의 계곡을 메운 뒤 건립되었다. 두 사찰이 용과 물의 상징성을 공유하며, 지형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보여준다.


미륵사찰(彌勒寺刹)은 미륵신앙을 지켜주는 용이 사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익산 미륵사 앞을 옥룡천이 흘렀던 것처럼 법륭사 경내에도 용지사(龍池社)라는 신사가 있었다. 이는 두 사찰이 미륵신앙과 용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불교 전래 이전 익산의 토착 신앙인 용신앙이 미륵신앙과 함께 법륭사에 전해졌음을 보인다. 용이 지켜주는 사찰임을 말한다.


익산 미륵사지와 일본 사찰에서 출토된 육엽인동연화문 기와는 한일 불교 문화교류의 물적 증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익산 미륵사지와 일본 법륭사는 이러한 역사적 연결성을 바탕으로 관광 자원으로써 활용 가능성이 크다. 양국 불교 유적을 소개하는 테마 투어나 전시회를 기획하면 관광객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익산 미륵산과 관련된 생태 관광이나 미륵신앙을 중심으로 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일 문화교류를 심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육엽인동연화문 기와는 이러한 교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물로, 한일 간 문화적 연대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이 유산을 기반으로 한 관광 자원 개발은 한일 관계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익산을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법륭사 등 관련 사찰을 잇는 문화 탐방 코스나, 국립익산박물관 내 기와 특별관 조성은 양국의 공통 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역사적 유산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익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은 우리 시대의 과제다. 미륵사지는 단순한 유적을 넘어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유산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활력을 끌어내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은 익산시가 지향해야 할 비전이자 책임이다.


2025년 1월 5일 소통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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