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삼기면 연동리의 석불사는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다. 에펠탑이 파리를,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을 대표하듯, 석불사는 익산의 정체성을 상징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를 활용한 도시 브랜드 전략이 마련된다면, 익산은 역사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그동안 익산은 백제 왕궁과 서동 설화를 중심으로 도시 홍보를 해왔지만,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이제는 잠자고 있던 익산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깨울 때다. 석불사는 오랜 세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지만, 그 역사적 가치와 예술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익산은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석불사의 광배와 불상은 일본 나라현 법륭사(호류지)의 금동석가삼존상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특히 광배에 새겨진 화불(부처가 앉아있는 형상)이 일곱 개이며, 그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화염이 세 갈래로 나뉜 점, 치맛자락의 표현 방식 등이 동일하다. 규슈대학 오니시 슈야 명예교수는 법륭사뿐만 아니라 법륜사(호린지)의 목조약사여래상 역시 익산 석불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2001년 NHK 역사드라마 쇼토쿠 태자의 고증팀이 석불사를 방문한 것도 이러한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법륭사와 법륜사가 위치한 나라현 이카루가 지역과 익산 간의 문화 교류를 시사할 뿐만 아니라, 법륭사를 창건한 쇼토쿠 태자(574~622)와 익산 미륵사지로 천도한 백제 무왕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이러한 학술적·문화적 연계를 기반으로 일본 나라현과의 교류를 추진하고, 청소년 대상 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익산은 동아시아 불교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도시 브랜딩은 단순한 관광 활성화 전략이 아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의 자부심을 높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석불사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도시 공간에 적용한다면, 익산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익산의 대중교통에 석불사의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주요 문화유산을 연결하는 순환버스를 운영하면 관광객들에게 익산만의 독창성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또한 도심 곳곳에 석불사 조형물을 설치하고, 문화 공간과 연계한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익산의 정체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석불사를 중심으로 한 야간 문화 행사, 미디어 아트,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가상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도시 이미지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은 평균 0.5~5%의 관광객 증가 효과를 보인다. 필리핀 비건(Vigan)은 세계유산 등재 후 관광객이 4.4배 증가했고, 국내에서도 수원 화성은 등재 이후 외국인 방문객이 약 2배 늘었으며, 경주 양동마을은 연간 2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익산 석불사의 광배와 불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익산은 국제적인 문화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광배와 불상을 활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과 문화예술 축제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방문객들이 머물며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하는 도시로 익산을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익산은 백제 왕도로서의 역사적 유산을 현재와 미래로 연결할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도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석불사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도시 정체성을 담은 상징적 랜드마크로 발전시켜야 한다.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이 각각 파리와 뉴욕의 대표적 상징이 된 것처럼, 석불사도 익산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물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한 도시 기획을 추진하고, 문화기획자 양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익산 석불사의 광배와 불상이 일본 법륭사의 금동석가삼존상, 법륜사의 목조약사여래상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석불사는 단순한 유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상징이 될 것이다.
소통신문 기고 202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