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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Aug 26. 2022

계약만료라고 하지만, 잘렸습니다.

늦은나이에 다시 아나운서에 도전하다.

사람들이 흔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들 한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그 말을 막상 내 입장에 적용해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물 여섯,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어린나이였다. 당시에 나는 너무 늦은 나이 아닌가?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 노력이 부족했고, 내 용기가 부족했음에도 그것을 인정하려하지 않고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나는 준비 기간에 비해서는 꽤 빠르게 아나운서 인턴직에 합격하였다. 당시 나를 합격시킨 국장님이 '너 167대 1 경쟁률 뚫고 들어온거야. 잘해야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설렘과 잘 해내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근무하면서 점점 내 자존감은 바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너무 부족한 내 발성과 목소리. 그리고 어떻게든 극복해보고 싶어 뮤지컬 발성을 전공한 지인에 부탁해 개인레슨을 병행했다. 당시 레슨을 받으며, 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말에 하루하루 좌절하고 또 좌절하며 살았다.


내 목소리에 대한 피드백은 방송을 통해 매일 즉각적으로 들려왔다. 더 잘해보려는 욕심이 과해질때는 '북한방송 아나운서 같다' '아나운서 바꿔라' 라는 댓글까지 달렸다. 주변 선배들은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나도 더 노력해서 잘하려고 노력해야지!라고 마음은 굳게 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계약한 6개월이 빠르게 흘렀다. 보통 인턴직의 경우 당사자가 원하면 더 연장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내 선배들의 경우 다 그랬다. 내 바로 윗 선배 역시 내가 근무하는 동안 , 6개월 더 연장해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었다.


그런데 나는 계약만료 한 달을 앞둔 6월 초, 국장님으로 부터 계약만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00씨, 이번달 말까지가 계약이었던가?'

'그동안 고생많았고, 근무하면서 어땠나?'


'근무하면서 부족함도 많았고, 많은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저 혹시 다른 선배처럼 저도 계약을 더 연장해서 근무할 수는 없을까요?'


'그 친구는 본래하는 업무 말고 다른 방송도 하잖아’

‘너도 그럼 그런거 하고 적극적으로 하지 그랬니.'


분명 내 실력부족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로부터 한 달 전, 신입 인턴을 뽑았던 것도 내가 그만 두어야 하는 이유였다. 신입을 뽑는다고 했을 때 느낌이 쎄했다.


신입을 뽑는 이유는 선배가 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나 혼자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 인력충원을 하자는 목적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굳이 더 뽑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상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입이 뽑혔는데, 선배의 타프로그램 출연 횟수가 급격히 줄어버렸다.


한 프로그램에 아나운서가 2명이면 충분한데, 3명으로 늘어났으니 계약만료 한달 남은 내가 나가는 수 밖에.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을 괜히 해본다. 내가 정말 실력이 뛰어났다고 해도 계약 만료통보를 하셨을까?


방송국에서 일을 하며,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서 마주하는 온갖 퀘스트를 견디지 못하고 져버렸다.


그렇게 나는 퇴사하고, 준비생으로 돌아갔다. 


꿈이 간절하지 않았던 건지, 다시 그 준비과정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건지 영어강사로 진로를 변경하기 전 1년의 준비기간을 흐지부지 보냈다.


하지만 영어강사로 취직한 1년 후인 스물여덟, 잘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두었다.


스물여덟, 이제 진짜 늦어버린걸까? 

아니,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고. 


나는 이제부터 과감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시 도전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과정들이 힘들고 외로울지라도,

내 마음 속 미련이 다 없어져버릴때까지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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