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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Oct 21. 2022

독립 8개월 차, 외로움 견디기

고요함을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요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보고 싶어서, 혼자 살아보지 않으면 경험해보지 못할 쓴맛을 경험해 보려고 자발적으로 독립을 선택했다. 독립하고 나서 한 두 달은 그저 설렜다. 나만의 공간이 생겨서 즐거웠다. 새로운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혼자 사는 생활이 익숙해졌을 때쯤 외로움이 불쑥 찾아왔다. 생각보다 훨씬 더 외롭고 쓸쓸한 날들이 많았다. 친구들은 혼자 살고 싶어 했고 혼자 사는 나를 부러워했는데,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 외로움을 견뎌보겠다고 나왔지만 현실은 내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나의 외로움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것도 있었다. 바로 '돈' 문제. 사실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하고 학원을 떠나니 안정적인 수입이 끊겼다. 생활비와 월세는 영어 과외와 분기에 한두 번 동생 친구네 아버지 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는 수입으로 충당했다. 이 밖에 다양한 곳에서 자잘하게 들어오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원하는 꿈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수입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엄마한테 도움의 손길을 청할 때는 혼자 어른되겠다고 나온 스스로가 부끄럽기만 했다.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이 내 속을 갉아먹고 있었다.


늘 있는 고요함을 견디기 어려웠다. 사람 좋아하는 MBTI인 나는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자주 돌아다니고 와야 에너지를 충전을 하는 사람이다. 어떨 때는 하루 종일 혼자 보내는 시간도 있었다.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느니,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즐기기는커녕 견뎌내기에 급급했다.


독립한 지 이제 어느덧 8개월 차, 이제야 조금은 그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찾아냈다. 아직 미성숙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요함을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잠들기 바로 직전 ‘일기를 쓰는 시간’이 되었다.


불 꺼진 방에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기분 좋은 향이 나는 양키 캔들을 켜 두고, 그 불빛에만 의존에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잠들기 전 일기 쓰는 시간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 동안 들었던 나의 감정을 써 내려갈 때 속이 후련하기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기록의 행위를 정말 좋아한다. 오늘 하루의 감정을 기록하다가 문득 과거의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나 돌아보기도 했다. 과거의 나는 조금 조급했구나.. 혹은 과거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좀 더 나아졌구나 하고 달라진 내 모습을 일기를 통해 발견한다.


고요함이 나를 잠식하지 않게 그 고요함을 가장 좋아하기로 했다. 나를 가장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시간. 나랑 가장 가까이 대화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를 위로해주고 다독여주고 싶을 때, 나는 일기장을 펼친다. 이제는 그 시간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이제는 나의 외로움을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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