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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 화마

by 김은심


봄을 기다렸던 날


한 사람의 작은 부주의로 시작된 비극

산천초목도 애통하여

슬픔에 눈물짓는다


헐벗은 산하 수백 년을 가꿔온

초목들 검은 재가 되어 흩날리고

슬픈 한 줌 재는 허공을 응시한다


아름다운 동리마다 봄꽃은 재가 되어 흩날려 정답던 옛 고향 집터만 쓸쓸히 남았구나


형제자매들의 울부짖는 소리 메아리 되어

앉을 곳 없는 산새들이

배회하며 슬피 울음 짖는다.


수백 년 터의 혼들도 혼불이 되어

저승불로 떠난 사람들을 부르며

화마의 봄날은 그을렸다

불씨여, 다시는 오지 말아 다오


어찌할꼬

어찌할꼬


산천초목이 탄식하는 소리 들리는가

잿빛 하늘아래 움 한번 터보지 못한

진달래 봄날은

그렇게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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