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명의 여자.
어머니와 아내.
남자의 삶에는 수많은 여인이 스쳐 간다.
어릴 적 동무였던 여자아이, 첫사랑의 설렘을 안겨준 소녀, 지나가듯 마음을 흔들었던 이들. 그러나 남자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빚어내고 그 운명의 물줄기를 바꾸는 이는 단 두 사람, 어머니와 아내다.
어머니는 처음으로 세상을 가르쳐 준 사람이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미소, 젖을 물려주며 전한 사랑, 걸음마를 떼고 넘어질 때마다 달려와 품어주던 손길.
남자가 세상과 맺는 모든 관계의 첫 교과서는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말투, 표정, 사랑 방식이 남자의 인격이 되었고, 그가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이 된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었다.
잘못을 해도, 모난 성격을 보여도, 실패해도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남자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경험'을 안겨 주었다.
그 경험은 남자가 세상 속에서 버티고 설 수 있게 해 주는 든든한 뿌리가 된다.
우리 어머니는 겁 없는 여자였다.
밤이면 호랑이가 나와서 해가 떨어지면 남자들도 넘지 않는다는 양평 너미 고개를 혼자 넘다가 밤새 큰 바위 위에 대자로 누워 잠을 자고는 다음날 고개를 넘었다는 이야기는 아버지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우리 어머니는 최소한 내가 아는 여자중에서 가장 쎈 여자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 어머니를 "승질 드러운 여자"라고 했다.
다만 유일하게 아들에게 만은 다정한 여자였다.
어머니는 작고 강마른 채구에도 남자는커녕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어머니는 내게 입버릇처럼 가르치셨다.
“남을 괴롭히거나 먼저 시비를 걸거나 절대 먼저 때리지도 마라.”
“그러나 네게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먼저 주먹질을 하면 비굴하게 참지 말고 싸워서 반드시 이겨라.”
그래서였을까,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나보다 훨씬 센 놈들과도 붙곤 했다.
내 돈이 아닌 다른 친구의 돈을 빼앗거나 괴롭히는 걸 도저히 구경만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못 본 척하면 그만일 일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면 못 본체 하고 피해라.”라고 가르치셨다면 나는 결코 남의 일에 굳이 나서지 않았으리라.
좀 비굴해도 눈치 보며 학교생활을 해나갔을 것이다.
어머니는 어린 내 가슴에 선명한 지문을 남기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여자가 남자의 곁에 선다.
바로 아내다.
어머니의 가르침이 '기반'이었다면, 아내는 그 기반 위에 삶이라는 '건물'을 짓는다.
아내는 남자의 현실 속으로 들어와 때로는 거울이 되고, 때로는 나침반이 되며, 때로는 울타리가 된다.
남자의 성공은 아내의 말 한마디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그의 좌절은 아내의 침묵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아내는 가장 가까운 타인이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아내를 집에서 밥이나 차리는 존재 정도로만 여기는 남자는 크게 성공할 수 없다.
아내의 신뢰는 남자의 어깨를 펴게 하고, 아내의 실망은 남자의 눈빛을 흐리게 한다.
어머니가 남자의 과거를 만들었다면, 아내는 그의 미래를 짓는다.
때때로 남자는 세상에서 강한 존재로 보이지만, 실은 그 강함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어머니의 품에서 시작된 그 확신은, 아내의 믿음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남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약한 남자라도 대범한 아내를 만나면 강한 사내가 되고, 강한 남자라도 유약한 아내를 만나면 쉽게 인생을 포기하게도 된다.
아내는 결코 남자의 조력자가 아니라 동반자요, 카운슬러.
현명한 남자라면 가장 중요한 결정 앞에서 반드시 아내와 의논하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남편의 이익 쪽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걸어가다 보면 고난의 언덕도 있고, 절망의 강도 있다.
그때마다 남자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눈부신 성공이나 세상의 인정이 아니다.
두 여인, 어머니와 아내다.
남자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존재.
그 이름만으로도 남자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심지어 세상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