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아침

by 박철

아버지,

여기 태백에는 밤새

눈이 참 많이도 왔습니다.


조반을 뜨기 전 마당에 나가

눈부터 쓸고 왔습니다.

눈이 왔다지만

세상은 한없이 포근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계신 곳에도 눈이 왔습니까.

거기도 봄이 있고

여름이 있고

가을이 있고

눈 오는 겨울이 있습니까.


아버지,

아버지 누우신 양평에도 눈이 왔습니까.

거기도 발목이 잠기도록 눈이 왔습니까.

동구밖 감나무 가지에

까치밥을 쪼는

새가 오거든

내인 줄 아십시오.


여기 태백은 온통 하얀 설산

저기 능선에 돌풍이 일어

하얀 눈보라가 꿈처럼 피어오르더니

잠잠하기를 반복합니다.


아버지,

나는 여기 태백의

어느 낯선 골짜기에 앉아

물푸레나무 가지를 주워

하얀 눈 위에

아버지 이름 석자를 썼다가

눈으로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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