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이란
산골 낡은 초가집 사랑방에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가 구워준 부추전에
누룽지 한 그릇을 나누어 먹는 일 같은 것.
살아가는 일이란 다 그럴 테지.
없는 살림에도 기적처럼 잘 자라준 아이들처럼,
매해 빗소리에 오는 소중한 봄처럼
다시금 소망을 간직하는 그런 일일 테지.
살아가는 일이란,
바람에 세차게 떨리는 문풍지의 밤,
엄마가 씌워준 털모자를 눌러쓰고도 손이시려
엄마 젖가슴에 파고드는 일.
살아가는 일이란 다 그럴 테지.
눈부신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아도
그 사이사이 스며드는 햇살 한 줄기.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온기 하나로
거친 길을 함께 견뎌내는 일일 테지.
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무엇을 이루는 일 아니요
어제를 무사히 건너고,
오늘을 묵묵히 지나
내일로 당당히 넘어가는 일.
그렇게 또 하루,
그렇게 또 한 계절,
그렇게 또 한 생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살아내는 일일 테지.
남은 날들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오늘을 웃는 일일테고
다시없을 내일을 기다리는 일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