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신에게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나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던 그날부터
당신의 삶은 가시밭 길로 가리란 걸 난 알았는지도 모릅니다.
이혼과 불화로 부서진 가정환경, 가난한 집안 형편, 보잘것없던 나의 수입, 며느리의 눈물을 몰라주던 시부모, 배려를 모르던 시누이와 올케.
아내의 마음을 잘 만져주지 못했던 어설픈 남편까지.
그런데 왜 당신은 나를 따라 여기까지 왔지요?
남들이 다 뜯어말리던 나같이 못난 남자를 왜 따라왔나요?
집에 쌀이 떨어져도 늘 웃어주던 당신.
곰팡내 나던 구로동 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면서도 집이 너무 좋다며 웃어주던 당신.
내 서랍에는 늘 향기 나는 속옷과 손수건이 차곡차곡 정돈되어 있었고
내 적은 봉급에도 나의 밥상은 늘 만족스러웠습니다.
한 번쯤은 단 한 번쯤은 나를 원망할 만도 했을 텐데 당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기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늘 누군가의 엄마요 아내로 살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방구석에 처박혀 살아야 했던 날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습니까.
없는 돈에 살림 사느라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습니까.
늘 자기주장만 있고 아내의 생각 따위는 뭉개버리던 나 때문에 얼마나 가슴에 멍이 들었습니까.
고맙다는 말보다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이 나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신이 흘린 눈물의 강에 내 인생의 배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음 생이라는 건 없겠지요.
그러나 만약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의 아내로 다시 태어나 당신의 퇴근길을 비춰주는 가로등이 되고 당신의 지친 발을 나의 눈물과 머릿결로 씻겨 드릴게.
사랑하는 나의 아내.
만약 이 편지가 내 생의 마지막 편지가 된다면 이것만은 기억해 주세요.
너무 고마웠고 당신을 가슴깊이 사랑했다는 걸.
갑자기 봄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저 빗물이 흐르고 흘러 내 편지가 당신의 우편함에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