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창에서

by 박철

창을 치는 빗소리

그리움이 깨면

우산 없던 그 골목길

회색 하늘

흐릿한 풍경

잠시 멈춰, 하늘을 본다.

마음이 젖는다.


창을 치는 빗소리

마음에 파문이 인다.

잊었던 이름

물비늘 위로 떠오르면

함께 걷던 발자국에

물이 고인다.


조용한 비

손님 없는 아침 골목

우산 끝에 달린 물방울

전하지 못한 애원이 되고

시간 더딘 창에 앉아

네가 올 길을 한참 바라보네.


빗소리에

젖은 오후

고개 숙인 나무 잎마다

너의 사진들이 고이고

기억이 우산을 펴면

너는 왜

비를 타고 오는지.


오래된 편지가

창을 두드린다.

골목 끝에서

나를 부른다.

차마 나가지 않는다.


빗방울 하나

기억 하나

그저 비가 올 뿐인데

왜 이리 마음은 무겁나.


이 비는

다시 너를

데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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