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숲길에 앉아 너에게 편지를 쓴다.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숲길에 앉아 너에게 편지를 쓴다.
바람이 언덕을 타고 내려와 민들레 홀씨들을 쓸어 넘기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편지를 써야지 했어.
뭐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야, 단지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랬어.
몇 번이고 글을 쓰다 지우고 쓰다 지웠어.
하지만 이 마음을 어딘가에는 털어놓아야 할 것 같았어.
요즘은 참, 살아 있는 게 쉽지가 않아.
아침이 오는 게 두렵고,
깊은 밤은 너무 길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에 덩그러니 누워 있자니.
괜찮은 척 웃는 게 버릇이 됐고,
"괜찮아"라는 말로 모든 감정을 덮어버리는 데 익숙해졌지.
멀쩡해 보이겠지만 속으로는 몇 번이고 무너졌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힘든 거라면 차라리 죽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죽고 싶은 마음보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컸지.
나를 위해서가 아니야.
내가 사랑하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세상이 내게 너무 가혹할 때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내가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걸지도.
살아낸다는 건 뭐 그리 거창한 게 아니더라.
눈뜨고
밥 먹고
가끔 울고 또 웃는 것.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더 아프지만 하루를 감사로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며 난 가끔 미안해.
무너질 만큼 무너졌다면,
이제는 무너진 벽돌들을 한 장씩 한 장씩 다시 쌓아야겠어.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낼 수 있다고
내가 여기에 이렇게 적어두고 갈게.
혹시 너도,
힘들 때면 꼭 말해줘.
너 혼자만 그런 건 아니고
나도 남도 다 그럴 때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
그러니까 우리,
천천히,
더디더라도
끝내 살아내자.
울어도 괜찮고, 멈춰도 괜찮아.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오늘이 뱀처럼 도사리고
내일이 사자처럼 웅크린다 하여도
오늘을 바위처럼 가듯이
내일은 파도처럼 가자.
그래도 말이야,
이 편지를 쓰면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도 같아.
나를 돌아보고, 내 감정을 마주하는 것.
그게 어쩌면 이 허무와 절망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첫걸음 아닐까 싶다.
지금은 비록 의미 없다고 느낄지라도,
깨지고 부서진 삶의 작은 파편들이 모여서
눈부신 모자이크를 만들어낼지 누가 알겠어.
답장을 주겠니?
너의 날들은 얼마나 화창했는지
너의 삶은 치열한 만큼 얼마나 풍성했었는지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여,
5월,
에메랄드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민들레 파도에 앉아
바람이 내 머리를 쓸어 넘길 때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나의 친구여,
부디 이 편지가 너의 손에 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