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기도

살구나무 아래서

by 박철

이른 여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숲 길로 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산 모퉁이 돌아 주인 없는 키 큰 살구나무 한그루

가지가 부러질 듯 열매가 달린

까치발을 하고 노란 살구를 따고 떨어진 살구도 주웠습니다.

작은 주머니가 불룩해지도록.


그가 말했습니다.

그만 가요.

한 끼 양식으로 족해요.


아직도 셀 수 없이 많이 달린 열매를 돌아보며 내일은 커다란 주머니를 가지고 와서 더 많이 따리라 다짐합니다.


돌아와 주머니의 살구를 내어보니 여러 개가 물러져 버렸습니다.

한 바구니 가득한 살구보다 버리는 한두 개가 아쉽습니다.



하나님, 내 삶에서 오직 오늘 먹을 양식 말고는 내일을 위하여 모으지 않게 하소서.


오늘 먹고도 남을 양식이라면 굶주린 이에게 돌아가게 하소서.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성공을 내게 주지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없는 찬사라면 내게도 주지 마소서.


나를 비난하는 사람을 대접하게 하시고 남이 나를 앞서려 하면 내가 먼저 뒤로 물러나게 하소서.


존경하기보다 사랑하고 존경받기보다 사랑받는 사람이게 하소서.


나의 깨달음과 배움이 남 앞에 돋보이게 마시고 남을 돕는 일에만 써주소서.


입이 있으되 비난이 없게 하시고

귀가 있으되 칭찬에 길들여지지 않게 하시며

눈이 있으되 추한 것에 눈멀게 하소서.



추운 겨울이 오거든 내 작은 방

화로 하나만 주소서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앉아서 구운 밤 껍데기가 탁탁 벌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밤이 새도록 여름날의 추억을 미소 짓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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