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힘에 대하여
지난 두 번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 뇌가 수많은 신경회로들이 경쟁하는 오케스트라이고, 의식이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지휘자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고민을 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소상히 말씀드렸지요. 오늘은 이 지휘자, 즉 의지의 힘에 대한 흔한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우리는 살면서 이런 말을 참 많이 듣고 또 스스로에게도 많이 합니다. 마치 의지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힘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만으로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다시 오케스트라 비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무대 중앙에 서서 지휘봉을 휘두르며 악기들의 소리를 조율하고, 연주자들에게 신호를 보내 음악의 흐름을 이끌어갑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에게는 "여기서 감정을 더 실어주세요!", 트럼펫 연주자에게는 "잠시 쉬었다 가세요!", 전체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이끌지요.
하지만 지휘자가 아무리 뛰어나고 열정적이어도, 그는 바이올린을 직접 켜거나, 트럼펫을 불거나, 드럼을 두드릴 수는 없습니다. 지휘자는 조율을 할 뿐, 연주를 하지는 않거든요. 연주는 각 악기를 담당하는 연주자들의 몫입니다. 마치 축구 감독이 아무리 전략을 잘 짜도, 직접 그라운드에 나가서 골을 넣을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뇌 속의 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는 우리 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 수많은 신경회로들(악기 연주자들)에게 어떤 신호를 더 강하게 보내고, 어떤 신호를 약하게 할지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 "저 맛있는 과자를 먹지 마!", "화내지 마세요!" 같은 지시를 내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의지 자체가 '공부'를 하거나, '과자를 먹지 않는 행동'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행동들은 결국 특정 신경회로들이 활성화되거나 억제됨으로써 일어나는 것이거든요. 의지는 그저 명령을 내릴 뿐, 실행은 병사들의 몫인 겁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습관을 고치거나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오로지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할 때 "그냥 덜 먹으면 돼!", 금연을 할 때 "그냥 참으면 돼!"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경험, 아마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우리가 의지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지휘자에게 "너 혼자 모든 악기를 다 연주해!"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이미 오랫동안 반복된 행동으로 인해 아주 강력하게 연결된 신경회로들이 있습니다. 흡연자의 뇌에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강력하게 일으키는 신경회로가, 과식을 하는 사람의 뇌에는 특정 음식을 보면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신경회로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마치 낡은 도로처럼, 너무 오래 사용되어 이제는 끊을 수 없는 길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런 강력한 신경회로들이 뿜어내는 신호는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유독 한 악기만 너무 크게, 제멋대로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휘자(의지)가 아무리 "조용히 해! 제발 좀 조용히 해!"라고 지시해도, 이미 너무나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단번에 억누르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의지는 그 소리를 잠시 억누를 수는 있지만, 그 신경회로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없앨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참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동반하고, 결국 지쳐서 "에라 모르겠다!" 하며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심삼일은 당연한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코올 중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단순히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는'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술을 마시도록 강력하게 이끄는 특정 신경회로들이 뇌 속에 너무나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경회로들은 스트레스, 특정 장소, 특정 사람들과 연결되어 술을 마시라는 강력한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독자에게 "그냥 술을 참아!"라고 말하는 것은, 지휘자에게 "저 트럼펫 소리가 너무 크니까 그냥 무시하고 다른 악기만 들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시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휘자가 아무리 외쳐도 트럼펫은 여전히 크게 울릴 테니까요.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의지의 힘으로 단순히 억누르는 것을 넘어, 뇌 속의 신경회로 자체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특정 악기 연주자가 너무 시끄럽다면, 그 연주자를 훈련시키거나,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키워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중독 관련 신경회로 약화시키기: 술을 마시게 만드는 환경(특정 장소, 사람)을 피하고, 술 대신 다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는 중독과 관련된 신경회로가 활성화될 기회를 줄여 점차 약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술집 대신 탁구장에 가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매운 음식 대신 요가를 하는 것이죠.
* 건강한 생활 신경회로 강화시키기: 운동, 취미 활동,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 등 건강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뇌 속에 새로운 보상 체계와 관련된 신경회로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에 새로운 악기 연주자들을 영입하고, 그들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자, 바이올린 친구들, 이번엔 좀 더 활기차게 연주해 볼까요?" 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죠.
이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한 노력과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참는' 고통스러운 싸움이 아니라,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변화를 만들어가는 '지혜로운'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는 의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의지는 우리 뇌 오케스트라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강력한 지휘자이지만, 그 지휘자가 원하는 대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각 악기 연주자들(신경회로)의 훈련과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의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연습 안 된 연주자들을 데리고는 명곡을 만들 수 없겠지요.
그러니 앞으로 어떤 습관을 바꾸고 싶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울 때, 단순히 "의지로 버텨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떤 신경회로를 약화시키고 어떤 신경회로를 강화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떠실까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의지와 함께 지혜롭게 접근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더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명지휘자가 유능한 연주자들과 함께 최고의 협주곡을 만들어내듯이 말입니다. 당신의 뇌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