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에게 배우는 인생수업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by 은도정신과

지난번에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작품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제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여러 단면을 비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느끼고 배운 점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단편은 한 아이의 비극적인 사고와 그 부모의 절망, 그리고 빵집 주인의 예상치 못한 위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주문받은 빵집 주인은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자 부모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케이크를 찾아가라고 재촉합니다. 아이가 결국 세상을 떠나자, 슬픔과 분노에 잠긴 부모는 빵집을 찾아가 빵집 주인의 무신경함에 항의합니다. 처음에는 무례하고 냉담했던 빵집 주인은 부모의 절규 앞에서 점차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따뜻한 빵과 진심 어린 위로로 그들을 위로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빵집 주인이 혹시 레이먼드 카버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랜 세월 작은 공간에서 묵묵히 빵을 만들어 온 모습에서, 좁은 서재에서 글을 쓰던 레이먼드 카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빵을 빚는 행위와 글을 쓰는 행위가 서로 달라 보이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줍니다.

카버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빵집 주인을 통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미처 관심 주지 못했던 이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빵집 주인의 다음 대사에서 그런 심정이 잘 드러납니다.

"내게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당신들의 심정에 대해서는 간신히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라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다는 것뿐이라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빵집 주인이 따뜻한 빵으로 슬픔에 잠긴 부부를 위로할 수 있었던 것처럼, 카버는 자신의 글이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런 심정은 "이런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라는 빵집 주인의 말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 ‘그들은 지치고 비통했으나,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빵집 주인이 외로움에 대해서. 중년을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의심과 한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라는 문장은,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는 독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는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통해 삶의 보편적인 외로움과 한계를 공감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위로받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소설이 너무나 좋아서, 저는 이 긴 제목을 줄여 '별도'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별도'라는 줄임말이 왠지 '별로'라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작은 도움의 의미를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을 생각했어요. 바로 '은도'입니다. '은도'는 '은근히 도움이 되는'이라는 말의 줄임입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우리에게 삶의 깊은 고통 속에서도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작은 위로와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진심 어린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고 말 한마디, 제 작은 글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쉽지는 않더군요). 끝으로 소설의 끝을 패러디해서 올립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오." 검은 책을 내밀면서 작가가 말했다. "재미없는 책이지만, 인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오." 그들은 책을 펼쳐 보았고, 작가는 어서 읽어보라고 권했다. 문체는 투박했지만 오래된 이웃이나 친구의 말투가 생각났다. 그들은 책에 집중했다. 그들은 읽을 수 있는 만큼 읽었다. 그들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자신들의 우울한 기분에 햇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책을 읽었는데도 그만 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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