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잠깐이지만 스트레스저항력은 오래간다
이 글은 정신건강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음을 먼저 밝힙니다. 정신건강의 정의는 학문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명되지만, 저는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빨리 회복하는 능력, 즉 ‘스트레스 저항력’이 뛰어난 상태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보고 싶습니다.
스트레스 저항력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무더운 방 안의 ‘더위’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 이 더위를 식혀 주는 ‘에어컨’이 바로 우리 몸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과 자율신경계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에어컨 성능이 좋을수록 방이 더 빨리 시원해지듯, 이 신경계가 튼튼하게 작동할수록 스트레스 저항력이 커집니다. 실제로 HPA 축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중심적인 신경-내분비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돌아가느냐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도 달라집니다.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도, 저는 타고난 유전적 기반이 스트레스 저항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애초에 ‘고성능’ 신경계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영향이 적어,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어릴 적 신체적·정신적 학대와 같은 힘든 경험이 있으면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는 유전적으로 튼튼한 개체들은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이 있더라도, 그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 부분 상쇄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스트레스 저항력을 키우는 방법은 하드웨어적 접근과 소프트웨어적 접근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드웨어적 방법으로는 중·고강도 운동이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은 실제로 통증 역치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신경계가 더 튼튼해져서 스트레스에 더 잘 이겨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약물 복용은 망가진 신경계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개선해 줄 수 있습니다. 정상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실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되죠.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으로는 심리치료, 요가, 명상, 독서 등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타고난 신경계를 바꿔주지는 못하지만, 작은 능력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효과적인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심리치료는 언어적 능력(?)이 있는 일부에게 더 효과를 보일 수 있고, 요가나 명상 역시 개인에 따라 맞고 안 맞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소설을 읽는 독서는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줌으로써, 다양한 인생의 문제들을 미리 접해보는, 일종의 ‘예방접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자주 행복을 느끼는 상태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기기도 하는데, 일상에서 늘 행복만을 느끼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행복은 자주 찾아오는 감정은 아니죠. 오히려 스트레스 저항력은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힘입니다. 그래서 순간의 행복을 쫓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스트레스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한 정신건강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