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내 잘못인가?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
오랜만에 엄마가 우리 집에 왔다.
오랜만에 엄마가 인천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 도착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아들과 함께 버스 터미널로 엄마를 마중 나갔다. 미리 출발했는데도 생각보다 버스가 일찍 도착해서 엄마는 20여 분 가량을 혼자 터미널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열심히 가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를 해서 왜 일찍 오지 않았냐며 나무랐고 나는 조금만 기다리라며 열심히 터미널을 향해 달려갔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메밀전병과 배추부침개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닭강정을 영월 서부시장에서 사가지고 들고 왔다. 안 사 와도 되는데 딸내미와 손자를 먹이겠다고 사 왔으니 그걸로 점심 한 끼 맛있게 먹으며 음식을 사 온 엄마를 기쁘게 해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건강검진 예약을 하러 갔다.
엄마는 내년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번 검진을 받았던 부천에 있는 병원에서 위, 대장내시경과 함께 복부 초음파와 갑상선 초음파까지 예약을 한다고 했다. 아침을 일찍 챙겨 먹고 엄마와 병원에 갔다. 엄마는 계속 대장 내 새경을 받은 지가 3년도 넘었다고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분명 지난번 검진할 때 위, 대장내시경을 같이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엄마가 한사코 아니라고 하니 아닌가 보다 하고 병원에 가서 예약 상담을 했다. 그런데 병원 검진 기록을 조회해 보니 작년에 엄마는 그 병원에서 위,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심지어 대장 용종을 제거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엄마가 자꾸 우긴다.
나는 병원을 나오며 엄마에게 내가 분명히 엄마한테 몇 번이고 위, 대장내시경을 같이 받았었다고 얘기했는데 왜 자꾸 아니라고 했냐며 엄마 생각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 얘기도 좀 들으라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엄마는 자꾸 대장내시경을 한 적이 없다며 대장 용종이 아니라 자궁에서 혹을 제거한 거라며 병원 기록이 잘못 됐다고 우겼다. 나는 왜 자꾸 우기냐며 병원 기록이 잘못됐을 리가 없다고 했지만 엄마는 계속 본인 기억이 맞다고만 했다.
엄마가 울었다.
엄마와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마주 앉았다. 엄마가 갑자기 울었다. 나는 당황해서 왜 우냐고 물었고 엄마는 매번 내가 엄마와 대화를 할 때 엄마에게 무안을 주고 말투도 불친절하다며 울었다. 서럽다고 했다. 나는 원래 애교도 없고 말투도 상냥한 편이 아니다. 성격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엄마가 나의 말투와 태도를 지적하며 엄마를 맨날 무시한다며 눈물을 흘리니 당황스러웠다. 맨날 친절하게 엄마를 대하다가 그날만 엄마를 그렇게 대한 것도 아닌데 맨날 내가 엄마를 무시한다고 하니 속으로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서운하게 느꼈다면 잘못했다고 앞으로 말투를 고쳐 보겠다며 엄마에게 사과했다.
엄마를 괄시한다고 했다.
엄마가 다시 시골로 내려가는 날 아침이었다. 그날 아들은 8시에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에 나는 6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하게 김치볶음밥을 했다. 나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서 1일 1식 중이었는데 엄마가 온 3일간은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아침밥을 같이 먹었다. 김치볶음밥을 해서 상을 차리고 엄마를 불렀다. 그런데 밥상에 앉은 엄마가 갑자기 왜 엄마 물은 떠 놓지 않았냐며 화를 냈다. 아들과 나는 집에서 각자 텀블러에 물을 떠먹는데 그날 아침은 각자 물만 챙기고 엄마가 마실 물을 떠 놓는 것을 깜빡했다. 그래서 나도 아들도 깜빡 잊어버렸다고 했는데 엄마는 괄시받는 것 같다며 화를 냈다. 엄마 물을 챙기기 않은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그게 아침부터 화를 내며 괄시를 받는다는 말을 할 정도의 상황인 건지는 모르겠다.
결국 아침밥은 먹지 못했다.
아들은 대학생인데도 방학이면 홀로 시골에 있는 할머니가 외롭다고 2주일에서 3주일 정도 내려가서 함께 지내다 온다. 아들은 할머니를 많이 사랑한다. 시키지 않아도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고 전화를 끊을 때는 꼭 사랑한다고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할머니에게 화를 냈다. 깜빡 잊어버렸다고 여러 번 얘기를 했는데도 엄마가 자꾸 괄시한다고 말을 하니 자기도 화가 났던 모양인지 할머니에게 누가 괄시를 하냐며 언성을 높였고 엄마는 계속 괄시하는 거라고 했다. 둘의 언쟁이 계속 됐고 나도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입을 꾹 닫고 아들에게 그만하라고 말렸다. 하지만 둘의 언쟁은 계속 됐고 아무도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 결국 김치볶음밥 세 그릇은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향했다.
엄마가 시골로 내려갔다.
엄마의 짐은 항사 내가 들거나 아들이 들어서 차에 싣는다. 그런데 그날 엄마는 무거운 자신의 짐을 다 가지고 나 보다도 먼저 주차장으로 나가 버렸다. 나랑 둘이 차를 탈 때는 항상 운전하는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날은 뒷자리에 앉았다. 마음이 안 풀리고 화가 났다는 뜻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운전을 했다. 버스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엄마는 물이나 음료수 필요한 것들을 나한테 사 오라고 시키지만 그날은 본인이 직접 물도 사 오고 배고 고팠는지 빵도 사서 가방에 넣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못 본 척했다. 혼자 있다 갈 테니 나한테 집에 가라고 했다. 나는 버스 출발 시간까지 같이 기다렸다. 버스 시간이 다가왔고 엄마는 직접 짐을 들고 버스에 탔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도 주차장에 세워 둔 차에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나도 울었다.
엄마를 터미널에 태워다 주고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물이 났다. 왜 엄마는 사소한 모든 것들에 섭섭해할까? 왜 다 너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나를 이렇게 슬프게 만드는 걸까? 내가 나쁜 딸인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자식은 나 하나뿐이니까 외롭고 슬프겠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이럴 때면 정말 엄마가 너무 하다는 생각만 든다. 집에 돌아가서 일도 해야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