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이 선결제한 귤 드세요.
제주 감귤 농업인 윤순*님의 귤 나눔 이야기
지난 1월 11일 토요일 헌법 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파면 &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집회 예정 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 전부터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관들에게 들리기를 바라는 듯 시민들이 집회 장소에 속속 모여들었다.
직접 현장에 나가보니 12월 3일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2030 젊은 청년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여의도국회 앞 집회에 참여한 이후 집회에 참여하는 청년 층 인원이 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와 기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수원에서 온 20대 딸, 대구에서 혼자 서울까지 올라온 30대 직장인 여성, 아이돌 플레이브의 응원봉을 가지고 온 고향이 경상도라는 서울 거주 30대 간호사, 위법한 비상 계엄에 분개해 집회에 참여한다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30대 남성 등 많은 청년들이 참여했다.
< 떡볶이 나눔 푸드 트럭 82 cook 봉사자들이 집회 전 준비 하는 모습 >
< 재미교포 커뮤니티 Missy USA 에서 지원하고 있는 어묵 나눔 푸드 트럭 >
집회 현장에는 푸드 트럭 2대에서 무료 나눔을 하고 있었고 어떤 천막에서는 귤 나눔을 하고 있었다. 그 중 귤 나눔을 시작한 제주 서귀포시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다는 윤순*(60) 씨를 찾아가 귤 나눔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어떤 계기로 집회 현장에서 무료 귤 나눔을 시작하게 됐나요?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이었는데 친한 선배가 저에게 귤 값은 본인이 지불할테니 귤 다섯 박스를 가지고 여의도 국회 앞으로 와서 고생하는 시민들께 나눠 드리라고 했어요. 저는 제주도 서귀포에 살고 있는데 귤 다섯 박스를 가지고 서울까지 오라니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가 생각해보니 너무 좋은 생각인거에요.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예상외로 상당히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주셔서 12월 4일 125박스를 나눔했습니다.
-기부 된 귤의 반 만큼 본인이 더 기부를 해서 가지고 온다면서요?
오늘이 다섯 번째 나눔인데 뜻깊은 일에 농사 짓는 사람이 동참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기부된 귤 박스만큼 제가 더 귤을 가지고 옵니다. 기부 들어온 양의 반은 늘 제가 더 기부합니다. 200박스가 기부 됐다면 그 절반인 100박스를 제가 더 기부를 하는 형식입니다. 누군가가 제가 농사 짓는 귤을 사주셨으니까 제가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고 이런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거라고 생각합니다.
-귤을 받는 시민들이 무슨 말을 하나요?
즐거워하십니다. 집회에 나오는 분들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 하시는 거고 그런 분들로 인해 집회 현장이 더 활기가 생깁니다. 윤석열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표도 있지만 나눔을 하는 저도 귤을 받아 가시는 시민들도 마음 속으로는 서로 연대의 힘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귤을 가지고 온 거 밖에는 한 일이 없지만 아무런 댓가없이 귤 나눔 봉사에 자원해 나와 주신 분들이야말로 정말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귤 나눔은 언제까지 할 예정인가요?
귤 나눔은 오늘까지만 하려고 합니다. 날씨가 춥다 보니 귤이 차가워서 다음에는 따뜻한 붕어빵 나눔을 해 볼까 합니다. 굽기도 힘들고 많은 양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겠지만 먹는 것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는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20대 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곳에서 붕어빵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면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회 현장에 나오는 시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정의를 위해 집회에 참여한 청년들과 시민들의 마음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저희는 어차피 그런 분들의 뒤에서 돕는 역할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힘이지만 그 분들이 힘을 내서 집회 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시민분들 힘내세요."
< 집회 시작 전 귤 나눔을 위해 귤을 정리하고 있는 윤순*씨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