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의 범인으로 오해받아 열받아서 따지러 갔다.
현관문에 붙은 항의 글.
몇 년 전 겨울. 마트에 가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벨 옆에 떡하니 붙어있던 종이 한 장.
시간이 지나 전체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핵심 내용은 이랬다.
'매일 계속되는 층간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어쩌고 저쩌고...'
이건 무슨 소린가. 우리 집은 1층인데 층간 소음이라니...
불쾌했지만 나는 그 종이를 떼고 옆집 벨을 눌렀다.
옆집에도 똑같은 게 붙어 있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이 종이를 붙인 사람은 2층에 사는 사람이다.
뇌가 흔들려서 못 살겠어요.
오래전 우리 집 바로 위층에 사는 2층 아주머니와 현관에서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2층 아주머니는 팔짱을 끼고서 나에게 따졌다.
"현관문을 너무 세게 닫아서 뇌가 흔들려요. 문 좀 살살 닫으세요."
나는 공부방을 하고 있기에 공부방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늘 현관문을 살살 닫을 것과 현관에서 절대 떠들지 말 것을 엄하게 얘기했고 혹시나 조금이라도 현관문을 세게 닫거나 현관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문을 열어 아이들을 불러 조용히 하라고 얘기를 하기 때문에 단 한 명도 뇌가 흔들릴 정도로 문을 세게 닫은 일이 없었다. 그런데 2층 아주머니는 우리 집이 공부방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뒤집에 씌우며 위층 사는 갑질을 했다.
가끔 집에서 들으면 위층에서 현관문을 쾅 닫는 소리가 자주 들렸는데 그 소리가 다 우리 집에서 내는 소음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어이도 없고 기분이 나빠서 "우리 공부방에는 그런 애들 없어요. 가끔 남편이 문을 쾅 닫아서 제가 뭐라고 합니다. 못 믿겠으면 관리실에 가서 CCTV라도 확인해 보세요. "라고 말하고 볼일 보러 가버렸다.
또 현관문에 항의 글이 붙었다.
첫 번째 항의 글이 붙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 항의 글이 현관문에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옆집에는 안 붙였고 우리 집에만 붙였다.
당시는 한참 추운 겨울이어서 나는 집에 들어가 옷을 단단히 입고 항의 글을 붙인 것으로 의심되는 2층으로 찾아가 벨을 눌렀다.
벨을 누르니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2층 아주머니 아들인듯한 젊은 남자가 문을 열었다.
이 거 우리 집에 붙이셨죠?
나는 항의 글이 적힌 종이를 내밀며
"이거 붙이셨어요? 대체 무슨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겁니까?"
대답은 정말 황당했다. 거의 매일 새벽 3시쯤 가구를 질질 끌며 옮기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상식이 없는 건지 망상이 있는 건지... 층간 소음이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던가?
그리고 우리 집 세 식구는 10시면 잔다. 새벽 3시에 가구를 옮기다니 그것도 거의 매일?
나 화났다.
너무 화가 났다.
"무슨 가구를 매일 옮긴다는 말이에요? 층간소음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나요?"
일부러 다른 집들도 들으라고 큰 소리로 얘기했더니 그 젊은 남자는 추워서 그랬는지 다른 주민들이 들을까 봐 민망해서 그랬는지 자기네 집에 들어가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내가 왜 거길 들어가요? 그냥 여기서 얘기하세요! 관리실에 물어보니까 이런 글을 관리실 허락도 받지 않고 붙이면 안 된다고 하던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런 걸 붙이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다른 주민들이 우리 집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새벽 3시에 가구 옮기는 사람도 있나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이런 걸 붙이면 어떡합니까?"
나는 1층에 12년째 살고 있지만 그동안 2층에서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아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된 김에 나도 따져 물었다.
"작은방에서 농구공 튀기셨죠? 거실 화분 자주 옮기셨죠? 저녁 9시 이후에 수시로 드릴로 무언가를 박으셨죠? 손자들이 놀러 와서 뛰고 소리 지르는 소리도 참았어요. 저라고 뭐 매일 조용해서 가만히 있었겠어요? 이런 게 불편하시면 단독주택에 사셔야죠. 앞으로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이런 거 또 한 번 붙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경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붙지 않은 항의 글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항의 글은 다시 붙지 않았다. 나중에 다른 주민들에게 들으니 2층 아주머니는 구청에 허구한 날 민원을 넣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2층 아주머니는 지금까지 이사도 안 가고 아직도 우리 위층에 살고 있다. 참 징하다 징해.
가끔 뉴스에서 층간 소음으로 다투거나 심지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공동주택에 살면 어느 정도의 소음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이른 시간이나 너무 늦은 시간에는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단독주택이 아닌 이상 어떻게 아무 소음도 없이 조용히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본인들이 내는 소음은 생각도 안 하고 말도 안 되는 본인들의 상상만으로 조용히 사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