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런 걸까?
2시간 뒤로 미뤄진 인터뷰
몇 달 전 어떤 정치인 인터뷰를 했다. 섭외 전화를 3주 전에 하고 인터뷰 날짜를 2주 뒤에 잡아서 거의 3주 만에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보좌관에게 인터뷰 시간을 넉넉하게 2시간 정도 잡아 달라고 미리 얘기를 했다. 인터뷰 당일 2시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12시쯤 막 나가려고 하는데 보좌관에게서 문자가 왔다. 갑자기 일정이 잡혀서 인터뷰 시간을 2시간 늦춰서 4시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원래 약속 시간에 늦는 걸 정말 싫어한다. 1시간이나 30분 정도 미리 가서 인터뷰 질문도 다시 살펴보고 기다린다. 그날도 갑자기 2시간이나 약속 시간을 미뤄서 좀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있겠나 바쁜 정치인인데 내가 양보해야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진 시간
너무 일찍 가도 민폐라서 10분 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그런데 4시가 지났는데도 인터뷰는 시작되지 않았다. 30분이 지나고 4시 20분쯤 다른 손님들이 간 뒤 인터뷰가 시작됐다. 총선 당시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같은 지역에 사는 정치인이라 안부 인사를 하고 계엄 당시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사실 그 질문은 언론에서 많이 다룬 거라 인사차원에서 물어본 거고 정작 중요한 질문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5시에 일정이 있다며 가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황당하고 불쾌했다. 인터뷰하기 전에 미리 5시에 일정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바쁜 시기니까 나도 중요한 질문만 빠르게 하고 못 한 부분은 서면으로 받아서 기사를 써도 된다. 하지만 나는 서면으로 받아서 기사를 쓴 적은 없다. 대면 인터뷰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보좌관에게 서면으로 보내면 써서 보내 주겠다고 해서 그것도 배려했다. 정치인 개인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 빼고 나머지는 보좌관이 따로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건 나도 대부분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라 예의상 듣기도 했고 혹시나 뭔가 언론에는 나오지 않은 얘기가 있을지 몰라서 1시간가량을 더 들었다.
서면으로 질문지를 보냈다.
집에 와서 보좌관에게도 그 정치인에게도 질문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 정치인은 질문지를 보내자마자 집안에 일이 있어서 답을 할 수가 없다고 했고 나는 그럼 영영 답을 하기가 불가능한 거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네."라는 한 마디. 나는 너무 화가 났다. 2시간을 미뤄서 인터뷰 시간을 양보했고 인터뷰는 30분 늦게 시작됐는데 고작 인터뷰 시간은 40분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서면 질문에도 대답을 안 하겠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 인터뷰 시간을 넉넉하게 2시간 정도로 잡아 달라고 얘기도 했는데 이러면 기사를 어떻게 쓰냐고 항의했더니 보좌관이 자신이 다음날 보내 준다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대답
기사는 써야 하는데 질문지는 오지 않고 점점 화가 났다. 그래서 다시 보좌관에게 답변이 왜 안 오는 거냐고 문자를 했는데 읽씹을 당했다. 속상해서 같이 일하는 기자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 기자님께서 보좌관과 통화를 해서 기사를 써야 하니 나랑 통화해서 빨리 처리를 해달라고 했더니 나한테 받은 질문지가 뭔지 모르겠다며 나한테 다시 연락을 해서 물어보겠다고 했지만 끝내 전화는 오지 않았다.
어쩌다 마주친 보좌관
지난달 대선 기간 선거 유세장에 갔다가 그 보좌관을 만났다. 나는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왜 질문지를 보내지 않았냐고 항의했고(물론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말 함) 그 보좌관은 바빠서 깜빡했다며 그런데 무슨 질문지를 보냈다는 건지 자기는 받지 못했다는 거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이지? 나는 문자도 다 가지고 있는데 받은 적이 없다니... 나는 보좌관과 주고받은 문자를 찾아서 보여줬고 보좌관은 이상하다며 자기는 받은 게 없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받은 게 없다고 하니 참 난감하고 황당했다. 그래서 힘들면 안 보내셔도 된다고 기사 안 쓰면 된다고 했는데 보과과는 아니라며 다시 보내준다고 했다. 그러나 답은 오지 않았다.
왜 약속 안 지키는 겁니까?
차라리 시간이 없어서 못 보낸다던가 무슨 이유라도 문자로 보내서 거절하면 될 텐데 보낸다는 약속을 몇 번이나 하고서도 안 보내는 이유는 뭘까? 메이저 언론사가 아니라서 무시하는 건가? 아님 내가 그냥 그런 시민기자라서 그러는 건가? 그럼 총선 때 인터뷰는 왜 했으며 각종 행사에 와 달라는 문자나 전화를 팀장은 왜 수시로 한 걸까? 총선 당시 인터뷰도 하고 선거 사무실 개소식날 아는 유투버에게 부탁해서 방송도 하게 했고 모 언론사 유투브 출연도 하게 최선을 다 해서 도왔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요청을 하면서 모 인터넷 언론사 방송 출연도 부탁을 했고 날짜와 시간까지 다 잡아 놨는데 그 방송도 아무 연락 없이 출연하지 않았다. 보좌관은 그쪽에서 아무 연락이 없어서 그랬다고 했다. 그럼 연락 안 한 언론사 잘못인가 보다. 뭐 그렇다면 그렇겠지...
정치인의 필수덕목은 '약속'을 지키는 것
정치인에게 필수덕목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좌관은 그 정치인을 대신하는 역할인데 보좌관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정치인까지 같이 욕을 먹는다. 차라리 솔직하게 답을 못하는 이유를 얘기라도 했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지키지 못할 약속을 몇 번이나 해서 크게 실망을 했다. 나는 보좌관에게 답하기 힘드시면 기사 안 쓸 테니 답하지 말라고 문자를 했다. 그래도 답은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 대문사진 출처: 이윤홍 서예가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