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상처받고 눈물 흘리고 또 참고 살아내야 하는 의무.
들판의 나무도 정원의 꽃들도 비바람을 견디며 살아낸다.
작은 상처에 아파하며 누가 볼까 몰래 가슴에 새기면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법.
보이지 않을 만큼 상처가 희미해질 무렵 또 바람이 불어온다.
육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가슴에 남은 상처는 희미하게 쌓이고 쌓여
아주 작은 바람에 스쳐도 붉은 피를 철철 흘린다.
상처를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지며 더 이상 아파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바람은 늘 불어 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스친 희미해진 상처가 또 피를 흘릴 때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서러워
또르르 눈물 한 방울 내 볼에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