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스톤, 2025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가 가진 유일한 장점은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밀폐된 여객선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동력으로, 영화는 쭉쭉 밀고 나간다. 주인공이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추리 영화의 공식과 다르게, 피해자들이 연합해 가해자를 물리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서사와 별개로, <우먼 인 캐빈 10>은 원작 소설이 이미 이룬 것 외에 별다른 성취를 보이지 못한다.
<우먼 인 캐빈 10>의 모든 장면들이 이루는 리듬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 정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기계가 연주하는 피아노를 듣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객의 시선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한다. 중요한 단서와 복선이 주어질 때마다 소화할 시간을 주는 대신 다음 씬으로 넘어가기 급급하다.
편집의 리듬뿐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 또한 정해진 박자를 생각 없이 따라간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평면적이다. 착한 사람은 하염없이 착하고, 나쁜 사람은 끝까지 나쁘다. 가해자 측을 돈 많은 백인 남성으로 설정하고, 피해자 측은 형편이 어려운 여성과 흑인 남성으로 설정한 것 또한 관습적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인물 속에 배우들은 빛나지 못한다.
후반에 이르러 반전이 드러난 뒤 영화가 급격히 힘을 잃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거기까지가 준비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응징하는 일련의 이야기는, 영화를 잘 마무리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일 뿐이다. (역시 휴머니즘이 안전한 선택지였을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주인공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 시각적 메타포는 극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의미 없이 소비한 오프닝 씬을 비롯해 <우먼 인 캐빈 10>이 가진 허점들은, 결국 원작 소설을 안일하게 복제한 결과가 아닐까.
2.5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