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찾아오게 만드는 작은 도시의 비밀

연천 '관광술래'가 보여준 로컬 브랜딩의 좋은 공식

by 마케터 H

요즘 어딜 가나 '로컬'을 이야기합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멋진 공간과 콘텐츠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이제는 대도시의 유명세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진 작은 도시들이 더 주목받고 특별함을 느끼곤 하죠. (김천의 연관 검색어가 김밥천국이자, 김밥 축제를 열어버린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모두가 성공의 열매를 맛보는 것은 아닙니다. 왜 어떤 지역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떤 이야기는 스쳐 지나가는 배경음악처럼 쉽게 잊힐까요? 어쩌면 지역의 정체성을 방문객의 '경험' 속에 얼마나 섬세하게 녹여냈는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 그 질문에 대한 아주 훌륭한 답을 보여준 도시가 있습니다. 경기도 최북단에 자리한 연천군입니다. 최근들어 이 작은 도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는지, 그 성공적인 여정의 중심에 있는 '관광술래' 스탬프 투어 이야기를 지금부터 찬찬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연천을 새롭게 즐기는 방법, '관광술래'

'관광술래'. 이름부터 정겹지 않나요? 마치 술래잡기 놀이를 하듯, 연천의 아름다운 곳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즐기는 모바일 스탬프 투어입니다. 2025년 가을, 9월부터 11월까지 꼬박 세 달간 이어지는 이 긴 호흡의 축제는 연천이 품고 있는 진짜 매력을 느긋하게 발견해달라는 의미가 전해지는 것 같은데요.


참여 방법은 놀랍도록 간단합니다. 무거운 안내 책자도, 번거로운 앱 설치도 필요 없습니다. 연천의 명소인 재인폭포, 호로고루, 전곡리유적, 그리고 DMZ와 마주한 4개의 전망대 등 연천의 속살 같은 관광지 13곳에 도착해, 그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됩니다.

image (21).png 이미치 출처: 연천군


스탬프를 5개 모으면 연천의 상징인 '주먹도끼' 모양 비누를, 10개를 모으면 이곳의 명소가 담긴 마그넷과 전철역 키링을 선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곳을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소소한 성취감과 다음 장소로 향하는 설렘을 안겨주죠. 여행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참 똑똑하고 다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image (22).png 연천군 관광술래 스탬프 투어 이벤트 이미지_출처: 메이크뷰

여행을 이끄는 스탬프 투어

'관광술래'의 매력은 단지 편리함에만 있지 않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한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우리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진짜 주인공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죠. 바로 연천군의 마스코트, '연이'와 '천이'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스탬프 투어는 귀여운 '연이'와 '천이' 캐릭터가 정말 큰몫을 합니다. 구석기 시대의 상징인 '주먹도끼'를 쏙 빼닮은 '연이', 한탄강의 맑은 물줄기를 형상화한 '천이'. 이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 같은데요.

3d-travel1.png 이미지 출처: 연천군

그렇다면 이토록 연천의 특징을 꼭 집어내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는 과연 누가 만든 걸까요?


바로 지역의 잠자는 이야기를 깨워 콘텐츠로 만드는 소셜벤처, '로컬러(Localer)'입니다. 로컬러는 '로컬(지역)에 컬러(색깔)를 더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지역에 생기와 매력을 불어넣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입니다.

image (23).png 이미지 출처: 로컬러

로컬러를 이끄는 정현빈 대표는 "지역의 마스코트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경제까지 이끌 수 있다"고 믿는 문화 기획자라고 합니다. 그는 일본의 작은 현을 전 세계에 알린 '쿠마몬'의 사례를 언급하며, 잘 만든 캐릭터 하나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강조하는데요.


그의 믿음은 이미 여러 성공으로 증명되었는데요. 시청 캐비닛에서 잠자던 수원시의 공식 캐릭터 '수원이'를 모두가 사랑하는 마스코트로 부활시켰고, 나아가 수원의 '수원이'가 대전의 '꿈돌이'를 만나러 가는 전례 없는 '마스코트 세계관'을 만들며 각 도시가 서로를 응원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수원에 대한 애정으로 이 일을 시작한 정 대표의 철학이 있었기에, '연이'와 '천이' 역시 단순한 그림을 넘어 연천의 역사와 자연을 품은 생명력 있는 존재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굳이' 연천을 찾아오게 만드는 힘은, 이처럼 지역의 본질을 꿰뚫어 본 이들의 깊이 있는 기획력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발걸음이 되기까지

이렇게 탄생한 '연이'와 '천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음 한편에 이런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릅니다. '아, 이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나러 연천에 한번 가보고 싶다' 하고 말이죠. 어쩌면 이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나 스티커라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여행이란 때론 이런 작은 설렘에서 시작되니까요.

하지만 연천군은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그저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방문객들의 여행길에 즐거운 친구처럼 동행하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특별한 경험으로 남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연천군은 그 해답을 '모바일 스탬프 투어'에서 찾았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템플릿화된 일반 앱 서비스나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했을 '완전한 맞춤 제작(커스텀)'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메이크뷰는 오직 '관광술래'만을 위한 스탬프 투어를 처음부터 설계한 듯한 결과물이었지만 작업 기간은 1주일 남짓이었죠. 그 결과, 스탬프 투어를 하는 내내 사용자는 마스코트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여행의 시작이 될 스탬프 투어를 가로막는 아주 작은 문턱, 예를 들어 복잡한 앱 설치 같은 허들조차 없앴죠.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QR코드 스캔 한 번으로 연천의 이야기에 가뿐하게 동참할 수 있으니까요.


지역 브랜딩의 성공? 저마다의 '연결'에 있었다

연천군의 '관광술래' 이야기는 결국 성공적인 지역 브랜딩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공식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어느 하나의 특별한 요소가 아니라,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주체들이 제대로 '연결'될 때 완성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성공 공식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 지역에 대한 깊은 리서치와 애정을 바탕으로 방문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힘. ('로컬러'의 역할)

효과적인 플랫폼: 그 콘텐츠를 사람들의 손안에서 가장 쉽고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력. ('메이크뷰'의 역할)

전략적인 기획: 이 두 가지의 가치를 정확히 알아보고,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엮어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지자체의 기획력.


우리는 종종 지역을 살리기 위해 거대한 건축물이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축제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천의 사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성공에 필요한 것은 거창함이 아닌, '섬세함'이 아닐까요?


지금도 연천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지역의 역사를 담은 작은 캐릭터, 귀찮은 앱 설치가 필요 없는 편리한 이벤트, 그리고 '주먹도끼 비누' 같은 히스토리를 담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그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연천군의 관광술래 사례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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