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유 혹은 늦은 생리.
2회 차를 준비하면서 한 달 동안 시험관 유예기간이 생겼다. 1회 차의 배아 발달 지연에 대해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시험관 경력직' 친구가 영양제를 소개해줬고, MNM과 코큐텐(코엔자임큐텐)을 아이허브에서 주문했다. 둘 다 항노화 영양제로 세포노화를 늦춰주고 에너지대사를 올려주는 계열이다. 둘 다 권장섭취량이 높은 편이라 한알은 아니고 (각 상품들 함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하루에 5-6알은 먹어줘야 하는 수준인데, 아무튼 그렇게 뒤늦게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고, 자연임신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유예기간.
은근히 귀찮다는 이유로 배테기를 해보면서 맞춘 건 아니었고 대충 배란시점에 두어 번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시험관 시작을 위해 생리 2-3일 차를 기다리던 중, 생리 인생 약 30여 년 동안 주기를 거의 어겨본 적이 없던 착실한 생리 녀석이 예정일 3-4일이 지나도 까꿍을 하지 않았다. 집에 있던 임테기를 꺼냈다. 이전에도 생리가 하루정도 늦어졌을 때 해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나도 명확한 한 줄이라 실망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한줄이여도 크게 낙심하지는 말자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완전히 아니었을 때와는 다르게 매우 희미하게 보이는 두 줄.
동생과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봤다. '매직아이' 부심과 함께 두 줄이 맞다고 흥분했다. 그러면서 다른 임테기로도 한번 더 해보라고 했다. 그날 저녁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임테기를 구매했고 다시 테스트를 해봤다. 여전히 희미하긴 하지만 좀 더 또렷해 보이긴 했다. 이제 점점 임테기의 선이 진해져야 했다. 제발 진한 선을 보고 싶었다.
다음 날, 쿠팡으로 구매했던 임테기가 오후에 도착했지만 이날 약속이 있었던 날이라 밤 11시 즈음해서 집에 도착했는데, 친구들과 얘기를 하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 한 켠에는 계속해서 '임테기'가 있었다. 혼자 피식했던 포인트가 있는데, 한 친구가 둘째를 준비하고 있는데 생리를 안 해서 임테기를 해봤는데 한 줄이어서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과일이 나오는 태몽스러운 꿈까지 꿔서 임신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속으로 '엇, 설마 나..?'라는 희망회로까지 돌려봤다는.
그런데 다음날, 선은 더 희미해졌다. 검색해 보니 '화유(화학적 유산)' 또는 '늦은 생리'라고 부르는 현상이었다. 선이 거의 사라졌는데도 계속 생리를 안 하면 병원을 가봐야 했는데, 다행히(?) 선이 다시 더 흐려지고 이틀뒤인가 생리가 터졌다.
사실 맨 처음 테스트해 봤던 테스트기가 얼리테스트기라 생리 예정일이 3-4일이나 지났는데 희미한 두줄이면 가능성이 매우 적긴 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자연임신은 일정이 FM처럼 되지 않는다고 하기에 '수정 및 착상이 좀 늦었으면 흐릴 수도 있지!'라며 흐린 눈 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나에게 '행복한 이벤트'는 없었고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생리 2-3일째, 시험관 2회 차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