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루틴.
시험관 시술에는 기본적인 루틴이 있다. 1회차 끝나고 정리해본 루틴.
- 1차 방문: (생리 2-3일째) 난포초음파, 난포 자극주사 처방, 해당 당일 저녁 6시부터 주사 시작
- 2차 방문: (첫방문일 기준 3-4일 뒤) 난포초음파, 난포자극주사 및 조기배란억제주사 처방
- 3차 방문: (2차 방문일 기준 3-4일 뒤) 난포초음파, 조기배란억제주사 및 난포 터트리는 주사 처방
- 4차 방문: (3차 방문일 기준 2-3일 뒤) 채취, 항생제 및 자궁내막 만드는 주사 처방
- 5차 방문: (신선이식 기준, 4차 방문일 기준 5일 뒤) 이식
1~3차 방문은 일주일 안에 이루어져서 반차를 자주 써야한다. 채취랑 이식은 연차를 써야한다. 그리고 진료 대기를 4시간까지 해보고 체득한 팁은 난임병원에서 예약은 '시간'이 아닌 '요일'의 개념이니, 무조건 일찍 가면 그나마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7시 30분 오픈런하면 그나마 1시간 30분 안쪽으로 모든 게 끝나는거 같다.
1회차 루틴을 경험해보면서 느꼈던 점은 첫째, 병원에 진짜 자주 가야하는구나. 특히 1~3차 방문이 텀이 짧다보니 회사 업무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회사다니면서 N회차까지 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둘째, 셀프 주사 할만하구나. 주사를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셀프로 내 배를 찔러야 한다는 게 겁이 났었는데 생각보다 (이런 표현이 좀 이상하긴하지만) 재밌었다. 어린 시절 한번쯤은 장래희망에 언급하는 '간호사'가 된거 같고 그래서.
셋째, 채취할 때 수면마취 좋다. 채취의 경우, 경우에 따라 힘든 케이스가 많다던데 나는 피도 많이 안나고 부작용도 없었다. 이게 담당 교수 손기술이 좋아서 그렇다고 하던데 운이 좋았나보다. 잠들고 일어나면 끝나있다. 수면마취 굿.
시험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병원을 자주간다와 매일 주사를 맞는다 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회사 안다니면서 하면 진짜 스트레스안받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만 돈은 벌어야하므로...
하지만 무난했던 1회차 루틴에 비해 마무리는 우울했다. 그래 이렇게 쉽게, 원하는대로 한번에 될리가 있나.
신선이식을 하기로 잡혀있던 날 전날 오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전화가 오면 안 좋은 일인데 역시나 그랬다. 배아발달이 느려서 일단 내일 이식은 취소해야 될것 같다고. 일단 이 배아는 연구소로 보내서 더 키워볼거고, 다음 병원은 2주후에 와라.
'배아발달이 느리다'라는 워딩이 너무 충격이고 슬펐다. 발달이 느린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거 같아서 내 자신이 싫어지고 세상 모두가 미웠다. 자궁내막을 만드는 주사까지 진행했던 터라 생리가 일주일정도 당겨졌고 PMS중에 감정기복이 엄청 심했다. (남편앞에서 울기싫어서) 샤워하면서 물소리에 숨겨서 울고, 자기전에도 베갯잇을 적시며 잠들었다.
이렇게 1회차를 (이식)실패하고 나니, 오히려 아기에 대한 욕구가 더 커졌다. 아마 조급함이 생겨서 인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 아기들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 보다 부럽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다들 어떻게 임신을 해서 낳은건지, 왜 나는 안될까라는 자괴감과 함께.
결국 배아배양은 1개만 성공했는데 등급이 낮은 편이라 일단 동결을 해두고, 추가로 더 배양을 해서 이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렇게 나의 1회차 시험관 루틴은 끝났고, 2회차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