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시험관 어떻게 하는 거예요?
1회 차에는 생각보다 병원을 자주 가야 하는 것 때문에 '회사 다니면서 시험관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2회 차 마무리 시점에는 스케줄 조율과 스트레스 과다로 같은 질문을 하게 됐다.
2회 차 채취에 대한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해야 했던 날짜에 회사에서 보고서 일정 때문에 병원 일정을 바꿔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다행히 이번 일정은 주기에 맞춰야 되는 일정이 아니었기에 딜레이가 되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거라 바꾸긴 했지만 기분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업무과정에서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며 준 스트레스가 너무 컸기에 미운 감정도 있었다.
채취하고 이틀 뒤쯤, 갑자기 턱 아래쪽에 멍울 같은 게 잡혔고 다음날엔 멍울이 더 커지고 열까지 났다. 이비인후과에 갔다. 임파선염 진단을 받았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생긴다는데, 채취과정에서 (외적으론 그렇게 안 힘들었지만 자율신경계는 또 모르는 일이니) 체력이 살짝 떨어졌고 거기에 회사 스트레스가 추가되어서 염증이 터졌다 싶었다. 임파선염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병인지 몰랐다. 약을 먹어도 붓기도 쉽게 가라앉진 않고 그 주변에 신경도 저리고 고개를 올리거나 하면 통증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휴일까지 비대면으로 스트레스를 주던 날이 있었다. 갑자기 시야의 특정 부분의 초점만 흐려졌다. 한 2년 전쯤에도 이랬던 적이 있는데 한 10분-15분 있으니 그 현상이 사라졌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첫 증상 때는 내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은 직후에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문의했더니 처방해 준 약 중에 진경제(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특성이 '그럴 수도 있다'라고 해서 그 약을 빼고 먹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눈이 갑자기 안 보이면 진짜 무섭다.
이날이 다행히 토요일 오후였는데 3시까지 진료하는 안과가 있어서 바로 갔다. 오전엔 이비인후과를 두 번째 다녀왔는데 어쩌다 보니 병원투어데이가 되어버렸다. 안과에서 이 검사 저 검사, 10만 원이 넘는 검사를 했다. 기존에 건강검진으로 내가 알고 있던 내 눈의 상태는 선천적으로 시신경이 좀 비정상적이어서 녹내장 위험이 좀 크다였고, 그 뒤로 계속 추적검사를 하긴 했었는데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진 않았다.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진 않고, 내가 경험했던 증상은 혈류가 잠깐 흐르지 않았다가 흐르면 그럴 수 있다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눈이 잠깐 돌아버렸나 생각했다.
채취 후 약 2주일 동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었고, 그 결과는 내 몸 이곳저곳으로 발현됐다. 하지만 채취 후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포가 자랄 때 이랬으면 어쩔뻔했나. 그리고 드디어 미뤘던 결과 듣던 날이 왔다. 난자 5개 중에 배아가 몇 개나 만들어졌을지, 등급은 몇 일지, 이식은 이쯤에 하겠지? 라면서 일정 시뮬레이션도 돌려봤다. 앱으로 도착확인을 누렀더니, 대기 3번째. 대기시간이 적다는 거에 기뻐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님이 먼저 날 불렀다.
- 배아가 하나도 안 됐다고 하셔요. 혹시 지금 생리 며칠 차세요?
- 아... 저 3일 차요.
- 그럼 바로 다시 회차 시작하실 거세요?
- 아... 음... 네네.
- 그럼 초음파보고 다시 오세요.
5개 중에 하나도 안 됐다고..? 일단 얼떨떨한 마음으로 초음파실로 갔고, 평소라면 초음파 화면을 유심히 보면서 난포수도 보고 크기도 봤을 텐데, 이번엔 보고 싶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다. 난포가 잘 보이지 않는지 배도 누르면서 보고, 크기를 그리는 표시가 크지도 않았다.
다시 진료실 앞에서 도착확인을 누르고 대기했다. 가족과 친구에게 상황을 공유하면서 눈물이 흘렀다. 너무 절망적이었다. 이번엔 컨디션 관리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5개 중에 하나도 안 됐지? 이번 차수까지만 하고 포기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최근 2주 동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이번 주기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거 같기도 하고 머리와 마음이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이 와중에 회사에서는 계속 연락이 오고 모든 것이 서러웠다.
- 5개 중에 2개가 수정에 성공했는데 세포분열이 잘 안 되어서 결국 배아가 안 됐어요. 지금 난포는 여기 물혹도 있고 해서 이번 차수는 쉬고 다음에 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 이번에 난자 상태가 좀 안 좋았어요. 쉬시면서 영양제 챙겨 드시고 두 분 다 몸 관리 하셔서 다음 달에 다시 뵐게요.
회사 다니면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면서 몸관리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회사 다니면서 잘 챙기는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지만 난 회사에서 내 하루의 에너지를 다 소모당하는지 퇴근하면 나를 챙길 기운이 없다.
물론 다 결과론이라고 생각한다. 관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잘 되는 사람은 잘 되고, 엄청 열심히 관리하고 챙겨도 안되는 사람은 안 될거고 좌절만 더 커질 것이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기에. 이제껏 나는 늘 원하는 거는 꼭 하는 성격이였는데, 임신의 영역은 그게 되지 않으니 자괴감까지 들고 좌절감이 큰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에서 뛰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복잡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저들도 이런 힘듦과 좌절이 있었을까? 어떤 과정으로 만나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