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과 운동을 시작하다.
2회차 시험관 루틴이 끝나고 3회차의 시작을 기다리던 시점, 때마침 회사 업무가 굉장히 많아졌으며 팀장의 예민함이 비례하여 상승하다 보니 나에게 쏟아지는 스트레스 역시 강도와 양이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기질적 성향에 스트레스가 추가 되다 보니 나의 우울감은 날로 심해졌다. 언젠가 '왜 살아야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 '왜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냥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다'는 말을 보았고, 그 뒤로 '왜 살아야하지?'라는 물음이 들 때 마다 그 질문은 무의미하며, 그저 주어진 운명이어서 살아가는 것 뿐 우리는 삶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위로가 나를 달래주진 못했다. '삶의 목적'이 없다 보니 희망이 없고 그 어떤 것도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험관 역시 2차례 이식도 해보지 못하고 실패하다 보니 삶에 대한 무력감도 커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한 삶을 이어가던 찰라, 동생이 나라에서 지원하는 '청년심리상담'을 신청해보라고 추천해 줬다.
상담으로 내가 얻고 싶었던 해답은 '부정적인 성향의 기질 때문에 배가되는 것 같은 스트레스 수용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마리였다. TCI 검사 결과, 내가 대부분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받아드리는 것에 대한 원인은 기질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서'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기질은 여행에서 아무런 위험이 일어나지 않아야 제로의 만족감인데, 어떤 일이 발생하면 -되어서 안 좋은 기억으로 남는 다는 것. 좋은 일이 발생해도 기본적으로 '위험'에 대한 회피가 강해서 그 걸 +로 기억하지 않는 다는 것.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수준으로 기억한다는 것. 이러한 사고 회로가 상담으로 좋아질 수 있을까.
1,2회차 상담 당시에는 무기력하기도 했고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고민의 경중도 잘 모르겠어서 겉도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상담의 만족도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러다 3회차는 때마침 회사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에 가게 되었다.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은 채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감정에 복받쳐 눈물까지 나왔다. 1,2회차는 50분의 상담 시간을 정확히 시켰는데 3회차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의 고민과 원인에 대한 윤곽이 보여서 그런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좀 더 이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복기해 보면,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연결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 타인을 배경이나 소음으로 인식하고자 해야 하는데 자꾸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길을 걷다 보이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동기화 하지 않듯이, 그 타인은 그저 내 삶이라는 드라마의 단역도 아닌 엑스트라 혹은 사물인 것인데 내가 그 컨트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를 싫어하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을 수행해주는데, 그건 내가 싫어하는 사람 유형이 피해주는 사람이여서 그랬던 것이었다. 내가 결국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나에게 발견하기 싫어서 다 결국 해주는 거였다.
특정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지속된 지 2년 정도 되는데,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이 시나브로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고 부정적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의지로 그와 떨어질 수 없는 상태고, 이직을 준비하기엔 임신과 시험관으로 인해 좀 고민스럽고, 그러다 보니 변할 수 없고 해결책이 없다고 느껴져 무기력과 우울감이 강해진 것 이였다. 내 자유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회사에선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상담을 통해서 내면적인 성장을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내 자유 의지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맨날 말로만 '운동해야지'를 반복했는데 이번엔 진짜 실천했다. 헬스를 6개월 등록했고 주 5회 출석이 목표이고 가능하다면 매일 갈 거다. 나이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리즈' 시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그 외에도 요리를 해보려고 하고 있고, 평소에 하려고 하다 가도 '무슨 의미가 있어'라며 무기력하게 생각했던 소소한 미션들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런 내 마음가짐의 변화가 상담이 시발점이 된 것 같다. 그를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피해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피할 것이다. 그는 그저 내가 가는 길에 보여지는 사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는 나의 감정을 좌지우지할 자격이 없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상담과 운동으로 내면과 외면의 건강을 같이 챙겨보고자 한다. 그러면 자연 임신 혹은 시험관 시도도 성공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